'자연의 회복력(resilience of nature)'이란 주제로 제주에서 개막한 지구촌 환경축제인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장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행사 개최지(서귀포시 중문)가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마을 인근에서 열리면서 총회 개막 전부터 예견됐다.
총회 개막일인 6일 오전 11시 국방부가 선수를 쳤다.
그것도 외신기자를 상대로 '깜짝 회견'을 자청했다. 이번 총회는 환경부와 제주도가 주최하고 있다.
국방부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프레스 컨퍼런스 홀에서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제주해군기지는 친환경 공법으로 항구가 건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제주에 건설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며 "항구가 완공되면 15만t급 크루즈선이 세계를 돌며 제주를 방문하게 된다. 아름다운 제주와 어울리는 관광미항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항구는 무엇보다 그린베이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관련 환경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있고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 대변인은 "세계자연보전총연맹에서도 항구 건설이 국내법과 관련 규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며 "공사현장에는 오탁방지막을 설치해 수질 오염 예방에 힘을 쏟고 있고 멸종위기생물의 서식지를 비슷한 환경으로 옮기는가 하면 항구 주변에 수련공원도 마련됐다"며 친환경적으로 건설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이 발끈했다. ‘제주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은 IUCN과 WCC정신을 위배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에 해군기지 공사 중지를 즉각 요청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 해군기지건설저지 전국대책회의, 한국환경회의 등은 이날 오후 2시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은 생물권보존지역, 문화재보호구역, 해양생태계보존지역, 제주도해양도립공원, 생태우수마을, 절대보전지역, 절대보전연안, 자연공원 등 강력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IUCN이 적색목록으로 분류한 남방돌고래와 맹꽁이의 주요서식지, 붉은발말똥게, 제주새뱅이, 기수갈고동 등 정부 지정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 멸종위기종 2등급에 해당하는 24종의 산호층류의 대규모 군락이 발견된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 공동체는 이 사업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반대한다”며 “원주민의 문화적 다양성과 환경권, 평화권을 강력히 지지하는 IUCN과 WCC가 한국정부에게 공사의 즉각적인 중단,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 타당성 재조사, 생태계 복원 및 보전 대책의 수립을 즉각 요구하라”고 요청했다.
4대강 개발사업과 관련, 이들은 “IUCN과 WCC참여단체들이 한국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현실을 적시할 것을 요청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IUCN 차원의 독립적인 과학조사와 평가를 요청한다. 이를 토대로 IUCN차원의 하천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재인식과 엄격한 관리를 회원단체에게 전파하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IUCN이 한국의 4대강 사업 사례에 대한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회원단체에게 전파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시각 WCC 주최·주관 측 개회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가 튀어나왔다.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Julia Marton-Lefèvere)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은 한국의 4대강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 어떤 회원국도 발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역없이 바람직한 회의가 이뤄져야 하는 WCC가 한국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개발과 강정마을에 대해 문제를 다루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그는 "과거 22차례 총회가 있었다. 총회가 열릴 때마다 그 나라(주최국)에서는 이슈였지만 국제사회에서 잘 몰랐던 이슈가 있었다"며 "해당 국가의 환경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주면 총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WCC에서 IUCN 1272개 회원기관 중 4대강과 강정마을에 대한 발의안을 제출한 기관이 없었다"며 "누구나 총회에 오는 것은 환영하며 이런 이슈에 대해 발의한다면 논의는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