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용암숲인 곶자왈 숲에서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주도 고유형태의 숯가마를 비롯한 숯가마터, 숯막(움막), 사냥을 위한 석축함정, 경작지터, 생활용수시설 등 조선시대 후기 생활유적이 집단으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노루잡이용 석축시설인 '노루텅' 등 일부 유적은 지금까지는 알려진 바 없는 제주도 고유 유적으로 제주도민의 과거 생활상을 밝히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구길본)은 3일 난대산림연구소에서 열린 올해 상반기 곶자왈학술조사 중간결과 발표회에서 이 같은 다수의 생활유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곶자왈생활유적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추진하고 있는 곶자왈종합학술조사에서 역사문화유적을 담당하고 있는 정광중·강창화 박사팀에 의해 선흘곶자왈 일대에서 발견됐다.
주요 유적은 조선말까지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숯가마, 물텅(생활용수시설), 노루텅(노루잡이용 석축함정), 산전(피, 조, 보리 재배 경작지터) 등 곶자왈 문화유산들이다.
그 중 원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숯가마 2기를 비롯해 숯가마터 60기가 발견됐다.
특히 원형으로 발견된 숯가마는 돌가마로서 제주도 전통 옹기가마에서 보이는 현무암 돌가마의 효율성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현무암과 흙을 비율적으로 사용한 점, 원형 돔으로 축조된 점 등이 한반도(육지부)와 일본의 숯가마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제주도 고유의 형태여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숯을 굽는 사람들이 살던 집인 숯막 10기도 함께 발견됐다.
깊이 2m의 '노루텅'은 일종의 사냥시설로서 2기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여러 명의 사냥꾼들이 협동으로 노루를 몰아 잡을 수 있도록 고안된 돌담과 함정의 복합구조로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형태이다. 노루텅은 지금까지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것을 이번에 완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정광중·강창화 박사는 “곶자왈에서 이러한 복합적 근세 생활유적이 발견된 것은 제주도 생활문화사에 새로운 분야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속적 발굴을 주문했다.
난대산림연구소 변광옥 소장은 “곶자왈의 생태자원과 함께 역사문화 자원에 대해서도 조사연구를 계속해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5년간 곶자왈의 생태 및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종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에는 난대산림연구소,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소장 강문규), 제주지질연구소(소장 강순석) 등 3개 연구소의 박사급 2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예산 20여억원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