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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역전된 韓美 기준금리 ... 22년 만에 최대 폭 기록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는 그렇지 않다(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8월 29일 연준 주최 잭슨홀 회의 현장).” “금리 결정을 할 때 연준이 우선된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 물가 등 항상 국내 요인이 먼저다(11월 24일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른 금리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한 발언록이다.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에 쓰이는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 총재로서의 고민이 묻어난다.

한국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거나 미국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갈 수 있다. 또한 원화가치를 하락(원달러 환율상승)시키고, 높아진 환율만큼 수입 원자재 및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부풀려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하게 된다. 

통화정책에 대한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고민은 세밑은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판이다. 우리나라 금통위는 지난 11월 끝난 반면 미 연준은 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 올려 한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연 3.75∼4.0%인 기준금리를 4.2 5∼4.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간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과 비교하면 금리인상 속도는 완화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지난 9월 전망(4.6%)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1년 사이 해온 것보다 ‘덜 빠르게, 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오래’ 금리를 올리고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인상) 속도보다 최종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연준의 빅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격차는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의 가장 큰 역전폭이다. 더구나 FOMC 위원들 점도표대로 연준이 최종 금리를 5% 안팎까지 높이면 한미간 금리격차는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 또는 그 이상으로 커진다.

이창용 총재는 11월 금통위 직후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대다수 위원들이 3.5%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은과 연준이 현시점의 예상대로 내년에 각각 3.5%, 5.0%에서 금리인상을 멈추면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에 이른다. 그리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과 원화가치 절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받을 게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려면 한은으로선 당장 내년 1월 13일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당초 시장 전망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 총재가 11월 금통위 직후 밝힌 대로 우리나라 금리정책에는 물가는 물론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가격 하락 등 국내 요인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 연준의 긴축 속도와 기간,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금리인상과 고금리 유지를 예고한 것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판단해서다. 11월 물가상승률이 10월보다 낮아지자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겠냐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파월 의장은 ‘인플레 파이터’ 역할에 여유를 두지 않았다. 

이를 두고 뉴욕 월가는 ‘파월이 스크루지 역할을 하면서 산타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를 박살냈다’면서 한탄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파월의 발언 여파로 15일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은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섰다.

세계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분석되지만, 고물가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하고 있다. 한은과 여러 경제예측기관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예고한 터다.

한은으로선 일정 부분 미국 금리 따라잡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잡기와 경제 살리기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가 요구된다. 레고랜드 사태발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됐다지만, 환율 움직임에 따라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수도 있다. 한은과 경제팀이 긴밀한 공조와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실력을 보여줄 때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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