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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레고랜드발 ‘신용 상실’ 나비효과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가 내년부터 3개월 동안 휴장하기로 했다. 겨울철인 11〜12월 평일(화〜목요일)에 문을 닫는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전면 휴장한다. 방문객이 기대에 못 미치고 불공정 계약 및 문화재 보존 논란, 놀이기구 사고 등 자체 문제 때문이라지만,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경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가 야기한 금융시장 불안은 신용 문제로 귀결된다. 어느 나라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채권은 해당 국가에서 최고의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부도 처리됐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금리상승 여파로 빡빡해진 채권시장에 지방정부가 보증을 선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방정부 스스로 보낸 셈이다.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을 부정적으로 본 현직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곳간을 축낼까봐 빚을 못 갚겠다고 한 것인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회사채 시장 상황은 최근 급속히 악화했다.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였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어지자 시중은행들도 미리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은행채 발행에 나섰다. 한전이나 은행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민간 대기업들의 회사채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였다.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더 심각하다. 연 10% 이상 고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부도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만기가 돌아와도 롤오버(만기 연장)나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채권 발행(차환借換)도 어려워졌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50조원대 자금을 풀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강원도발 돈맥경화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지방채·지방공사채 발행을 어렵게 만들면서 전국 지자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 급랭과 맞물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2013년 말 35조2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6월말 11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취급이 불어난 결과다.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하면 관련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유동화증권과 채무보증 등 파생금융상품도 함께 부실해져 자본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며 이미 부동산 PF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었다.

여기에 레고랜드 나비효과가 더해져 심상찮다. 건설업계의 돈맥경화로 이어지며 시장에 부도설이 판치는 등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부동산 PF 부실→건설사 연쇄 부도→파생상품 위기→금융회사 위기로 이어지는 금융대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해야 할 시점이다.

이럴 때 신속하고 과감하게 유동성이 공급돼야 할 텐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취하고 있는 통화긴축 정책과 상충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1월 초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의 10월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좁혀 놓은 한미간 금리격차가 다시 벌어질 판이다. 
 

 

한은으로선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동시에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 한은이 여러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정교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되 유동성 공급을 어디에 얼마나 할지, 직접 지원할지 보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할지 등등.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흑자 부도를 내는 일은 막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채권시장 상황을 악화시킨 레고랜드 사태나 한전의 채권 발행 급증 모두 공공 부문의 신용 관리 부실이 야기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은 경제성을 따져 신중히 추진돼야 마땅하다.

전기요금도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맞춰 발전원가를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 정치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지금처럼 정치가 편 가르기와 상대방 공격으로 일관하고, 정치권력과 입법권력이 충돌하며 국민의 신용을 잃으면 대통령실과 여야 거대 정당 모두 손해다. 복합위기가 닥쳤는데도 대립과 갈등의 정치와 결별하고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면 민생이 어려워지고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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