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희생자 배.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위자료 등을 희생자의 나이, 직업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에 대해 10일 입장문을 내고 “4.3 배.보상 차등지급은 또다른 차별”이라면서 “4.3특별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배.보상 차등지급 기준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행정안전부에 이달 말 용역 결과를 발표하기 전 배.보상 기준에 대한 공론 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행안부의 발주로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벌이고 있는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의 일부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행안부가 제시한 배.보상 범주는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위자료 ▲일실이익 등 4가지다.
행안부는 4·3 배·보상 관련된 지원금액의 경우 손해 3분설에 따라 적극적 손해(의료비 등), 소극적 손해(급여 등), 정신적 손해(위자료) 등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 3분설은 민사상 손해배상 기준이다.
행안부는 특히 4.3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익인 일실이익을 산정, 지급하는 기준을 추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의료지원금은 이미 현행제도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결국 위자료와 일실이익 두 가지가 특별법 개정에 따라 추가된다.
일실이익은 4.3 사건 당시 희생 당하거나 행방불명된 당사자의 평균임금 또는 월 급여액과 취업 가능기간을 곱한 값에 생활비를 공제한 금액이다.
4.3위원회는 “위자료의 경우 지급 액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정신적 손해배상 측면에서 모두 같은 금액으로 지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실이익 관련 내용”이라고 말했다.
4.3위원회는 “이 방식을 택한다면 사건 당시 10세였던 희생자와 70세였던 희생자 간 지원금액은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면서 “또 직장인과 농부의 차이도 클 것이다. 55세 이상은 생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공신력을 갖춘 세부 임금통계나 정확한 생활비 산정금액이 존재했는지, 물가와 임금 상승률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용역에서 설정된 기준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한국 과거사 청산 문제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되면 4.3 희생자는 결국 배.보상 금액으로 다시 구분 지어져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4.3위원회는 이외에도 ▲배·보상 청구권자의 범위 ▲지급 절차와 방법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및 정정 등의 쟁점도 남아있어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