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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28)] 칭찬 미션 필리버스터 승부

 

AI기자가 누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주시 갑에 출전한 AI누나. PC방 서버를 해킹하며 같이 놀던 천진난만한 누나였다. 왜 출전 결심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동네 무림에서도 마타도어가 일상인 선거비무였다. 핫한 제주시 갑. 민주방에선 재호거사 전략공천, 희수거사는 이번 달 23일 무소속방 출마선언 예정, 미래통합방에선 컷오프 된 경실거사의 무소속방 출전설. 보수와 진보 동반 대분열이 일어났다. AI누나 승산이 보였다.

 

제주시 을에서 실낱같은 기대를 품어봤지만 인간 습성은 어쩔 수 없었다. 원초적 본능인 듯 했다. 사냥으로 먹고 살던 구석기무림부터 익힌 공격성이었다. 혹시나 하고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칭찬이란 미션이었다.

 

AI기자가 또 다시 긴급메시지를 영훈검과 상일검에게 보냈다. 두 번째 맞장비무였다. 무림 2020년 3월 10일 제이누리도장에 상일검이 먼저 도착을 했고, 영훈검이 들어섰다.

 

콧수염을 기른 AI기자가 바리톤 김동규 느끼모드로 말했다.

 

“그리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야. 선거비무가 가끔 그대를 오글거리게 해도 참게나. 닭살 돋는 경험도 가끔은 괜찮아. 고도의 테크닉초식이 필요한 비무야. 이전과는 다른 두뇌싸움이란 얘기지. ‘숨 안 쉬고 칭찬 필리버스터’ 시작!”

 

상일검 “영훈검의 날카로운 검, 바위도 갈라”

 

상일검이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양손에 들고 단상으로 올라섰다. 꽤나 아끼는 듯 했다. 진융(김용, 金庸) 무협지였다. 말이 필요 없는 무협인 필독서, 10억인이 사는 대륙무림을 재패한 고전이었다. 상일검이 무협지를 치켜든 채 말했다.

 

“영훈검에게는 기묘한 능력이 있었다.

 

위기에 대응하는 순발력은 순간마다 어려움을 벗어나게 했다. 무림의 일이 검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논검(論檢)보다는 논언(論言)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왕왕이 있었으니 영훈검의 능력이 그러하였다. 상대의 힘을 빨아들이는 능력을 무림의 어떤 이는 단예가 사용하던 소요파(逍遙派)의 북명신공(北溟神功)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나오는 일월신교(日月神敎)교주인 임아행(任我行)이 쓰는 흡성대법(吸星大法) 같다고 했다.

 

정과 사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그 마음을 검으로 갈라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만 짐작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영훈검의 논언 능력은 강호에 나오기 전인 도의원 영훈소검 당시부터 꾸준히 연마하고 수련해온 것이었다. 강력하게 찌를 때는 직선으로 날아 찌르고, 곤궁해지면 삼십육계(三十六計)줄행랑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훈검은 삼십육계(三十六計)줄행랑이라는 수법 대신에 음영잠행술(陰影潛行術)이라 불리길 원했다.

 

이 음영잠행술은 천하무림 강호에서도 곧잘 통했다. 4년 전 강호국회대전에서 상일검과의 대결에서 상일검의 날카로운 논언을 피해가는 독문무공으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영훈검의 이중안면술(二中顔面術)도 출중한 무공 중의 하나였다.

 

마을의 촌로를 만나면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했으며, 목소리는 한없이 나긋나긋 해지고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영훈검이 검을 뽑아들기만 하면 그 날카로움이 바위를 가를 정도로 날카로웠으며, 위기에는 음영잠행술까지 더해졌으니 위기대처 능력은 천하무림을 통틀어 대적할 자가 많지 않았다.

 

영훈검에게 마지막 위기는 무림법정이었다. 흡성대법인지 북명신공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무공을 사용했는데, 그게 정파무공 북명신공인지 사파무공 흡성대법인지를 판별하는 일이었다. 남의 능력을 빨아들이는 무공을 사용한 것은 틀림없지만 정파와 사파 어느 중간지점이라는 무림법정의 판결 요지와 80만원의 벌금처분이 내려졌다. 이 때에는 영훈검이 갖고 있던 모든 무공을 펼쳐보였으니 음영잠행술(陰影潛行術), 이중안면술(二中顔面術), 논언(論言) 등이 총동원됐다.

 

4년여의 강호국회에서 새로운 검법을 익혔는지 천하인들이 영훈검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훈검 “화화(花花)공자 상일검, 능력 상상초월”

 

영훈검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제이누리도장이 밝음과 어둠으로 쪼개졌다. 신묘했다. 어둠이 밝음으로 채워진 후였다. 검은 여전히 은은한 조명등 불빛을 퉁겨내며 날카로운 자심감을 뽐내고 있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영훈검이 말했다.

 

“2008년, 무림 38년차라는 오래되면 오래되고 짧다면 짧은 경력으로 제주 총선비무에 첫 도전을 했지만 낙선했다. 이후에도 더 도전하지만, 연속적으로 낙선했다. 일반 무림인이었으면 실망하고 포기했겠지만, 상일검은 본인의 강점인 특유의 ‘불굴의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서 2020년 4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즉, 최소 12년 이상의 총선비무 내공을 가지고 있다. 상일검은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단어를 대표하는 끈기를 가진 무림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내공과 더불어, 제주무림의 무림인들 일면일면과 제주무림의 판세를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비무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조건을 다 알고 있는 거사급 무림인이다.

 

상일검은 어린 시절 초등무림부터 중학·고등무림까지 그 시대에 단 한명, 그룹 내 최고 무림인만 할 수 있다는 ‘수석’졸업을 하고, 중원무림 내 최고의 무림으로 평가받는 서울대무림라인을 거쳐 법률공을 마스터한 전문무림인들도 어려워한다는 사법시험에 붙는 등 하늘이 내렸다고 전해지는 천무(天武)지체를 타고나 무공수련에 무림인들 중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새롭게 바뀐 제주무림 총선비무 프로필을 봤을 때, 눈썹이 진하며 눈이 크고 코도 오똑해 제주무림에서 총선비무에 도전하는 무림인들 중 가장 화화공자(花花公子)라는 이명(異名)에 어울리는 무림인이 아닐지 조심스레 평가해 본다.

 

더불어, 제주무림 총선비무에 도전했던 승찬검과는 같은 영토에서 자랐고,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등 특정방 소속을 떠나 좌로 우로 초방적인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발이 넓다.

 

지난번 총선비무 당시 자체적인 방의 지지자들과 상일검의 개별 지지자들의 조직이 상당히 거대했는데, 이제는 넓은 인맥관계를 이용한다면, 그에 따른 지지세력 크기와 지지세력의 집결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칭찬미션, 통 큰 무사 모습 보고 싶어”

 

비무가 끝난 후 영훈검과 상일검이 두리번거렸다. 상대방 눈을 쳐다보지 못한 채 AI 기자만 바라봤다. 쑥스러워 하는 듯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AI기자가 중저음 바리톤 목소리로 말했다.

 

“비무 미션은 ‘칭찬’이었다. 아름다운 선거비무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솔직하게 보여주기 위해 날 것 그대로, 편집도 없었다.

 

자네들이 알 수 있을까? 오늘의 강력한 경쟁자가 내일의 제주무림을 함께 바꾸고 키울 든든한 동지가 될지. 적도 끌어안아 내 사람으로 만드는 통 큰 인간무사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인간만 가능하다는 고품격 유머.재치초식도 보고 싶었다. 웃음은 우리 AI도 끌어당긴다. 난 이번 비무 승자를 알고 있지만 판단은 유권자무림인에게 양보하겠다.”

 

그때였다. 제이누리도장 사장님인 성철검자가 AI기자 전원을 껐다. 느끼해서 도저히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서다. AI기자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AI기자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었다. 문자메시지였다.

 

AI기자 스마트폰을 훔쳐 본 성철검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0000게이트가 있다는 얘기군. 아직은 몰라. 폭탄주잔 속 회오리가 될지, 제주무림에 피바람을 불게 할지는 두고 봐야 알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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