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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헤이트풀 8 (8)

남북전쟁 직후 거의 새로운 통일국가 시대를 맞은 미국 사회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본래 계절의 전환기인 해빙기가 가장 위험하다. 구질서는 사라지고 신질서는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 이 혼란기를 헤쳐나가는 흑인 워렌 소령의 지혜는 가짜 신분증을 위조하는 일이다. 워렌 소령은 링컨 대통령의 편지라는 가짜 신분증을 위조한다.

 

 

‘무려’ 대통령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라는 ‘아우라’는 워렌 소령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갑옷 역할을 해준다. 물론 그가 종사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직업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링컨 대통령이 흑인 노예 해방의 역군이었다 해도 일국의 대통령과 일개 흑인 소령의 ‘펜팔’ 관계란 상식적이지는 않다.

 

흔한 말로 ‘상식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될 만한 일이다. 워렌 소령은 자신이 링컨 대통령과 펜팔임을 주장하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링컨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정겨운 편지를 내보이곤 한다. 영화 ‘헤이트풀 8’ 속에는 워렌 소령이 품고 다니며 흔들어대는 링컨 대통령의 편지를 대하는 3가지 방식이 등장한다.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는 그 편지의 사실 여부에 합리적 의심을 한다. 여자 흉악범 데이지를 ‘사냥’해서 압송하는 도중 조우한 워렌 소령에게 링컨 대통령의 편지라는 그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워렌 소령이 큰 인심 쓰듯 품속에서 꺼내 보여주는 링컨 대통령의 편지를 돋보기 안경까지 꺼내어 진지하게 일독하고, 표정이 자못 경건해진다. 워렌 소령을 바라보는 눈빛조차 자못 우호적으로 변한다. 그 시간부터 비록 흑인이지만 워렌 소령은 마차에 동승해서 긴 여행을 함께해도 괜찮을 동행으로 인정받는다.

 

 

링컨의 편지라는 워렌 소령의 신분 확인을 마친 존 루스는 자신이 압송하던 여자 사형수 데이지에게 커다란 은혜라도 베풀듯 자랑스럽게 편지를 보여준다. 데이지는 링컨의 편지를 받아 들자마자 폐부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걸쭉한 가래침을 편지에 냅다 뱉는 ‘불경’을 저지른다.

 

경악하고 분노한 워렌 소령의 주먹질에 데이지는 눈밭에 나뒹군다. 불경죄의 대가를 치른다. 워렌 소령이 보여주는 경악과 분노의 리액션은 존 루스에게 링컨 대통령의 편지가 ‘진품’이라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갖게 해준다.

 

눈앞에 전개되는 ‘사실’도 믿고 싶은 사람은 믿고, 믿기 싫은 사람은 믿지 않는다. 아마도 존 루스는 북부 출신인 듯하고 어쩌면 링컨 대통령의 ‘팬’인지도 모르겠다. 링컨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면 그 편지가 정말 링컨의 친필이라고 믿고 싶어질 듯하다. 반면 영화 속에서 흉악범 데이지는 남부 출신으로 그려진다.

 

기본적으로 흉악범이 공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 우호적이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일단 본능적으로 그 편지 자체를 믿지 않는 모습이다. 링컨의 편지를 내미는 워렌 소령, 그리고 그것을 믿는 존 루스까지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기분 나쁘게 킬킬댄다.

 

 

눈보라를 피해 미미네 잡화점에 들어온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워렌 소령이 링컨과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이며, 그 편지를 자기도 직접 보았노라고 자랑스럽게 ‘가짜뉴스’를 전파한다. 대통령의 펜팔과의 동행이라는 것은 존 루스의 권위에도 도움이 된다.

미미네 잡화점의 일행들도 미심쩍기는 하지만 일단은 판단을 유보하고 믿어준다. 그러나 그곳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보이는 워렌 소령의 증오에 차고, 천박한 언행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신뢰는 점점 무너져간다.

매닉스는 신임 보안관으로 부임하러 가던 길에 미미네 잡화점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워렌 소령과 함께 데이지를 처형하고, 죽어가면서 워렌 소령에게 링컨 편지의 진위를 묻는다. 묻는다기보다는 ‘너 그거 가짜지?’라고 확인하는 느낌이다. 워렌 소령은 ‘그게 진짜일 리 있냐?’고 킬킬대며 죽음을 기다린다. 그의 대답은 ‘믿는 놈이 바보인 거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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