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제2공항 반대 측이 '천막철거'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불법에 맞선 적법한 절차"란 제주도의 주장과 "명백한 위법행위"란 반박이 나오며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불법행위에 대해 도청 청사 보호 차원에서 철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도의 주장에 제2공항 반대 측은 ‘어불성설’이라며 원희룡 제주지사와 제주도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제주시는 7일 오후 1시 공무원 200여명을 동원, 제주도청 앞에 설치돼 있던 제2공항 반대 천막을 둘러싸고 강제로 철거했다.
또 이와 동시에 제주도는 제주도청 앞 계단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활동가들도 청사 밖으로 내쫓았다. 강제 퇴거조치다.
제주도청 앞에는 지난해 12월19일 제2공항에 반대하는 성산주민 김경배씨(51)가 설치한 텐트와 그 이후에 설치한 천막, 그리고 같은달 29일 제주녹색당이 설치한 천막 등 모두 3개의 천막이 있었다.
도청 출입구 계단 앞에서는 지난 3일 오후부터 15명의 활동가들이 제2공항 반대와 원희룡 제주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여왔다.
도청은 이들을 ‘불법 철야농성을 해온 시위대’로 간주, 퇴거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지난 3일 오후부터 나흘간 제주도청 현관을 불법점거, 민원인들과 공직자들의 청사출입을 방해하는 불법행위가 계속 자행됨에 따라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청사 보호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자력 구제에 나섰다”고 밝혔다.
도는 “이들에 대해 지난 4일 오전부터 낮 12시까지 7차례에 걸쳐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합법적 행동을 촉구했지만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불응하면서 불법점거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들 불법점거 농성자들은 제주도청 맞은편에서 텐트와 천막 등을 이용해 인도를 불법점령한 채 제2공항 반대 등을 외치며 농성 중인 제주녹색당 등과 연대하면서 조직적으로 민원인 등의 청사 출입을 방해해왔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앞서 이들 천막에 대해 도로법 제61조 1항과 제75조에 따라 철거를 통지한 바 있다.
도로법 제61조 제1항에 따르면 도로를 점용하려는 이는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은 기간을 연장하거나 허가를 받은 사항을 변동하려고 할 때에도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75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를 파손하는 행위나 도로에 장애믈을 쌓는 행위, 그 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제주시의 이러한 철거 통지에 대해 녹색당 등은 정당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천막을 철거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강조해왔다. “천막은 1월 한 달 간 집회신거를 하면서 집회시위물품으로 허용된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에 대해 “집시법에 따라 천막을 집회시위물품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도로점용을 하기 위해서는 도로법에 따라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회 측에서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주녹색당 등 제2공항 반대 측은 “행정에서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녹색당 관계자는 “집시법 위반은 큰 범죄”라며 “7일 오전 집회 측에서 경찰에 집시법 3조 3항에 따라 집회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이 이에 따라 도와 시에 행정대집행 정지요청을 했다. 오후에도 집회상황은 계속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행정에서 그 집회를 방해하고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서 주장하는 도로교통법으로 따지더라도 집시법 등의 법을 어기면서까지 강제철거를 할 일은 아니었다”며 “심각한 실정법 위반 행위다. 8일 오전 11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설명한 집시법과 도로관리청의 허가 충돌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법 다툼의 소지가 있더라도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집회를 방해해서는 안됐다. 이는 명백히 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강조한 업무수행 방해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며 “도청은 이미 내부 공사로 주현관으로의 출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미 민원인과 공직자들은 다른 출입문을 이용하고 있다. 천막 앞에서도 사람들은 큰 불편 없이 다녔다. 핑계일 뿐이다. 철거는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 역시 이번 철거에 대해 “집시법에 따른 합법적인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한 정치탄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강제철거는 명백히 위법”이라며 “집회신고가 돼 있고 집회가 진행중이었다. 보호돼야할 집회가 공무원에 의해, 경찰의 방조로 유린당했다. 최소한의 인권도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퇴진까지 영리병원 허가를 반대하고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