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무직자.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라 불린다. 취업에 실패를 경험하며 일할 의지마저 잃어버린 그들. 이들 청년 무직자들은 경쟁사회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표류하며 PC방을 전전하고 있다.
#갈 곳 없는 30대, PC방 맴돌 뿐
지방대 공대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퇴사한 뒤 6개월 넘게 자신에게 맞는 새 직장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취업에 실패했다.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피씨방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직장에 다니면서 저축한 돈을 쓰고 있는 그는 "부모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집 밖을 떠돌고 있다.
한씨의 통장 잔고는 400만원. 그는 "모아둔 돈도 떨어지고 나면 정말 막막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어 최근 다니고 있는 PC방의 '고정고객'이 됐다.
이 PC방은 5000원에 8시간을 머물 수 있고 음식도 사먹을 수 있다.
#20대 실업자 축에도 못 껴… '구직단념자'를 아시나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20대 젊은이들이 PC방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져 난방시설이 설치된 PC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대학을 졸업해 행정공무원 시험을 3년간 치르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다 이제는 포기한 장모(29)씨.
그는 용돈을 아끼기 위해 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잔다. 집에서 받은 용돈으로 저녁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오후 늦게야 집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유일한 낙은 게임과 술자리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는 친구들이 술값을 내 주기 때문.
장씨의 부모는 장씨가 독서실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씨는 부모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부하다 친구가 찾아와서 잠시 나와 있다"고 말을 둘러댔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여의치 않아 배회를 하고 있다.
간혹 막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겨울철이라 일거리가 많지 않은데다 일당을 받아도 유흥비로 탕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시 연동 한 PC방 사장은 "24시간 개방돼 있어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6~8시간 게임을 하다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시간 있는 손님의 경우 후불계산을 하기로 해놓고 계산을 하지 않는 손님도 종종 있다"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 30대 청년층의 취업률은 중장년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제주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계청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고용률이 전년(2010년)에 비해 3.5% 늘었지만 2009년에 비해 2.3% 줄었다. 20,30대 고용률도 40,50대 중장년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PC방을 맴돌고 있다. 경제적 한계상황에 놓인 이들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구직활동을 안하고 있다"며 "능력보다 학력이 우선, 하는 일보다 직위를 중요시하는 관계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 김상훈 원장은 "취업 실패를 경험하며 일할 의지를 잃어버린 20,30대가 현실도피를 하면서 게임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 것"이라며 "게임에서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쾌감과 희열 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본인이 좋아하는 쪽으로만 찾는 고립된 심리적 요인을 일자리 자활센터 등을 통해 전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과 취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교육을 하면서 급여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