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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학자금대출받아 제품 판매, 수입은 고작 '52만원'"
'제주판 거마대학생' 피해자 3인이 전하는 '네트워크마케팅' 실체
등록금 허덕이는 대학생·취업준비생 유혹…고금리 학자금 대출 받게 해

지난 9월 서울 거여·마천동에 대학생 5000여명이 모여 살면서 다단계 판매에 참여해 250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지난달 울산 지역에서 적발된 한 다단계 회사의 매출 규모는 2009년 1월~2011년 8월까지 2만7000여 명의 회원에게서 1인당 평균 518만원씩 1400억여원에 이르렀다. 회원 대다수가 대학생이나 휴학생으로 학자금 대출 명목으로 구입대금을 빌렸다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 다단계 피해는 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이누리는 최근 다단계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뒤늦게 빠져 나온 20대 청년들을 만났다. “이제 꿈에서 깬 것 같다”는 그들이 말한 다단계의 실체를 전한다./편집자 주

 

#사례1

 

지난 1월 대학 재학중이던 H(23·여)씨는 한 동아리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함께 볼링을 치러 가자는 전화였다. 그러나 이는 구실이었다. 선배는 H씨를 한 술자리에 합석시켰다. 다단계업체 I사의 회식자리였다.

 

H씨는 “불러낸 선배가 취업을 명목으로 I사에서 교육을 받게 했다”며 “교육이 끝나자 회원가입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H씨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학생도 가입이 되냐”고 묻자, I사 관계자는 “자신도 학생이니 괜찮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I사에 가입한 H씨는 그 후 계속되는 윤리강령교육, 다단계마케팅 강의와 이수확인서를 받아야 했다. 또 H씨는 회사 측에서 권유한 대출절차를 밟아 학자금 명목으로 15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회사에서 제시한 물품을 사기 위한 돈이었다.

 

 

H씨는 회사로부터 "대출절차를 밟아줄 테니 너는 전화를 받고 무조건 지시한 대로 대답하라”는 등의 지침을 받았다. H씨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짓눌려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H씨는 “제2금융업체에서 내 통장으로 대출금이 들어왔고, 곧바로 업체 관계자로 입금하도록 강요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3차례(S대출회사 1000만원 연 금리 23%, J은행 200만원 연 금리 42%, R대출회사 300만원 연 금리 38.8%)에 걸쳐 1500만원을 대출받았다.

 

H씨는 “I사 관계자가 물건을 살 것을 요구, 1490만원을 입금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돈으로 회사는 침구류,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사는데 썼다. 회사 마음대로 주문한 것이다.

 

H씨는 “구입한 물품은 모두 회사 창고에 쌓아둔다”며 “구입한 물건 중 건강식품은 회사 선배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을 소개해야 했다”고 말했다.

 

 

회원유치가 어려운 H씨에게 I사는 가족가입도 유도했다. 회사는 1대(신규가입자가 가입시켜야 하는 3명, 그 이후 가입시킨 3명이 가입시키는 9명은 2대가 된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씨는 “1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족·친척의 주민등록번호와 통장계좌번호를 얻어 오라고 했고, 본인승낙 없이도 회원가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H씨는 “교육을 받는 대다수가 대학생들이다”며 “모두가 같은 방식의 과정을 밟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H씨에게 되돌아온 돈은 고작 52만원에 불과했다.

 

뒤늦게 피해를 알아차린 H씨는 I사를 대상으로 관할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수사가 진행되자 업체 측은 피해금액을 되돌려주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했다.

 

H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겨우 마수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H씨의 아버지는 “도무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인데 내 딸이 다단계업체에 일하면서 겪었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사례2

 

지난해 9월 군 전역 후 복학 한 M(26)씨는 졸업한 선배로부터 취업 권유를 받고 당시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다단계업체 B사에 들어갔다. 취업을 했다는 선배는 한 달 동안 식사는 물론 술도 사줬다. 평소 정장차림에 멀쑥하게 차려입고 다니던 선배의 회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M씨는 "돈을 많이 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이 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며 "아무런 의심 없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M씨가 교육에 참가하면서 회사 측이 소개한 방법은 웹사이트 개설비용 500만원과 기초비용 300만원의 물품을 구입하면서 새로운 회원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M씨는 다단계업체 B사 팀장의 안내에 따라 대출을 받았다. M씨 역시 학자금 명목으로 S대출회사로부터 800만원을 빌렸다. M씨는 대출금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화장품·정수기·건강식품 등을 산 뒤 그날부터 온종일 물품판매에 몰두했다.

 

그러나 M씨는 두 달 만에 포기했다.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야 했다. 회원확보는 힘들고 이자와 생활비 지출만 늘었기 때문이다.

 

M씨는 "3명의 신입회원과 1명의 팀장이 원룸에서 함께 생활했다"며 "불어나는 이자에 겁이나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팀장의 감시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M씨는 “다단계업체의 피해자는 대부분 20대 대학생”이라며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의 약점을 파고 든다”고 말했다.

 

M씨는 결국 회사에서 지정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해 구입한 물품 전부를 반납했다. 결국 몇 달간 불어난 금리로 1500만원의 빚만 떠안고 일을 접어야 했다.

 

M씨의 어머니는 “그 당시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돌아온 후 두 달 동안 B업체에서 돌아오라는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 왔다”며 “학생들에게 접근해 빚은 안겨주고,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3

 

지난해 10월 A(26)씨는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다단계회사 C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회사간부는 무허가 다단계를 극구 부인하며 교육받기를 권유했다.

 

A씨는 "1시간 가량의 비디오교육을 받고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간부는 2~3명의 새로운 회원을 모집했을 때 한 등급 승급이 되며 25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A씨는"3개월 동안 합숙 생활을 하면서 친구와 친척 지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면서 회원을 유치했다"며 "새로운 회원을 유치하면 물건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겠다란 생각을 가지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회원확보도 안 돼 A씨 역시 대출이자만 떠안은 채 회사를 나와야했다.

 

다단계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들이다. 대학생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의 다단계 업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단계업체 A사는 지난 1월 대학생 5명에게 360만원의 물건을 구입시켜 수당지급조건으로 과도한 부담을 지게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경찰수사가 진행되자 회사는 뒤늦게 피해금액 변제에 나섰다. 결국 수사는 9월 초 종결됐다.

 

이들에게 구체적인 영업방식을 물어보자 돌아오는 답은 역시 하나였다. “내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센터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여해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올해 경찰수사가 이뤄진 건 단 1건 뿐이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단계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피해사실을 모르거나 위협·협박 등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아 수사하기 힘들다”고 "피해신고가 들어오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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