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1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농·수·축산인들이 분노했다.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올 한중 FTA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44개 단체로 구성된 한·중 FTA중단 제주도 1차 산업 생산자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비바람이 몰아지는 와중에도 ‘한·중 FTA 중단 촉구 총궐기 대회’를 가졌다.
이날 참여한 농수축산인은 약 7000여 명. 이들은 머리에 하나같이 빨간색 바탕에 한중FTA 결사반대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비장한 각오로 집회에 임했다.
농수축산인 단체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각 단위 농·축협 조합장, 수협 조합장 등도 참여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궐기대회는 비대위 임원 삭발식,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성토 발언, 대통령 후보에 전달하는 결의문 낭독, 농산물 화형식 등으로 진행됐다.
삭발식에는 비상대책위원회 고문삼 상임대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강석률 본부장, 제주도수산인단체협의회 김영칠 회장, 제주도농협운영협의회 김성범 중문농협 조합장,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김승진 회장, 전국농민회 총연맹 제주도연맹 박태관 의장 등 6명이 참여해 비장한 각오로 머리카락을 내던졌다.
발언에 나선 이들은 “각 후보들은 지금까지도 1차 산업에 대한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각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신속하게 한·중FTA를 추진하고, 농수축산인을 비롯한 국민들 모르게 4차 협상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모두 1%인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에게 바란다’는 내용의 결의문에서 “최근 연이은 FTA와 빈번한 자연재해 등 현장 농어업인의 경영여건 및 삶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중FTA가 발효된다면 전체 제주농업소득 감소액은 발표 후 연간 1574억 원, 10년간 누적 농업소득 감소액은 최대 1조5787억 원으로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중국은 세계 수산물 총생산의 34.4%를 점유하고 있다”며 “기존 FTA 상대국과는 달리 인접국가로 동종어종을 생산하고 있다.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은 한중FTA체결에 따른 수산피해를 연간 1조14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개방과 농업말상을 강요하고 예속된 경제를 강요하는 한중FTA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될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국민적 합의 없이 급속하게 추진하는 한중FTA 협상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농정정책 대안을 가진 농어업인단체와의 조속한 소통을 통해 현장 농어업인이 필요로 하는 현안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대선공약으로 수용할 안건을 제시했다.
제시한 안건은 우선 ‘한·중FTA 협상 중단’이다. 이어 ▲FTA체결에 따른 농어업 지원 특별법 시행과 농어촌부흥세 신설 ▲농어업 재해보험의 제도 개선 ▲농어가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농어업부문 지원을 위한 조세감면 연장 ▲말 산업 확대 육성 ▲면세유 영구화 및 1차 산업 시설에 산업용전기를 농업용으로 전환 ▲한우·양돈 등 축산물 가격 안정화 및 사료안전화기금 조성 등 생산비 안정화 방안 마련 ▲감귤(오렌지) 수입관세를 감귤경쟁력강화 기금으로 적립 ▲피해보전직불제 등 농어가소득안정화를 위한 직불제 개선 ▲현실가 보상을 반영한 근해어선의 감척사업확대 및 현실화방안 강구 ▲제주도 12해리 이내의 해역에서의 연근해어업 조업금지 제도개선과 그물어선 우선 감축 ▲제주를 도서지역으로 지정하고 항공요금제 허가제로 전환해 도민 편익 및 농수산물 유통망 개선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해 1차 산업 획기적인 발전기여 등이다.
이 결의문은 삭발식에 참여한 비대위 임원들이 청와대와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농수축산인들은 애써 가꾼 감귤과 당근, 양배추, 양파, 고추 등을 쌓고 불을 지피는 화형식으로 결의대회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