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규모 ‘주거형 리조트’ 제주 라온프라이빗타운의 운영과 관리를 놓고 사업자와 입주자들 사이에 법정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특히 입주자들은 ‘사업자에게 속았다’며 형사고발도 제기할 예정이다.
13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위치한 ‘라온프라이빗타운’ 내 콘도건물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 내용은 ‘경비문제 해결하라’, ‘다목적홀 원상복구’, ‘운영위원 총사퇴’, ‘분양당시 약속이행’ 등이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고 입주민들도 평상시처럼 지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했다. 하지만 사업자이자 콘도 운영자인 라온레저개발㈜(라온)와 입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을 대로 깊다.
입주민들은 라온 측이 최초 제시한 광고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주민편의 시설을 사업자 맘대로 변경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라온프라이빗타운 입주자모임 대책위(대책위)는 330세대에 일부 난방이 되지 않고 콘도 관리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비인력도 당초 약속과 다르고 야간 경비도 허술하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10명이 경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세대 당 30만원을 걷어 갔지만 정작 3~4명만 경비를 했다. 더욱이 밤 10시가 되면 모두 퇴근해 야간에는 무방비 상태다. 다행히 입주민들이 항의로 최근에 인원을 6~7명으로 늘리고 야간에 순찰차 1대가 운행하면서 경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라온 측이 제공하기로 했던 5평 텃밭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온 측이 100세대만 텃밭을 제공했고 그나마 제공된 텃밭도 3.1평에 불과했다.
대책위는 수영장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놓고 현재 이용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메디컬센터도 약속과 다르게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가정의학과, 치과, 소아과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정작 들어선 것은 성형외과와 성형피부과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다.
대책위는 최근 운영위원회가 입주민들이 문화공간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던 ‘다목적홀’을 라온 측이 ‘예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다목적홀은 최초 한식당으로 허가를 받았다가 최근 용도 변경해 예식장으로 바뀌었다.
20명의 운영위원 대부분이 라온의 대표이사와 친분 있는 입주민들이라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원래 약속대로 진행하라는 것’과 ‘운영위원 총 사퇴’가 요구사항”이라며 “운영위원들도 대부분 손천수 회장과 친분이 있는 주민들로 선정했다. 가명으로 들어와서 운영위원이 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예식장이라는 게 손님이 많이 오면 한 달에 1만~2만 명이 온다. 주민불편에 앞서 무작위로 사람들이 들어오면 조용한 단지가 어떻게 되겠냐. 주차질서도 혼란스럽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처음에 운영위원회도 예식장 건에 다 반대했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고 '어용 운영위'라고 성토했다.
입주민들이 입주한 이후 계속해서 라온 측에 각종 약속 불이행 건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던 터에 다목적홀 문제로 일이 더욱 커졌다.
급기야 20일 전인 지난달 24일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입주민 온라인 카페를 통해 입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또 현수막 45장을 건물 곳곳에 걸었다.
그러자 라온 측 관계자는 "운영위원회는 주민총회를 거쳐 구성된만큼 문제가 없다"며 "한식당으로 운영되던 다목적홀을 사업자와 입주자 간의 협의를 거쳐 서로 윈윈하는 차원으로 결정돼 웨딩홀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호텔 내 갤러리를 주민자치 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호텔 레스토랑에 입주자를 위한 특별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고, 기존 호텔 메뉴에 대해서도 30% 할인하는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또 “매일 결혼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혼식이 없을 때는 주민문화교실과 집회 등의 장소로 활용하는 조건도 제시돼 운영위원회가 수용한 것”이라고 대책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현수막이 내걸린 주택 중 일부는 입주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택도 있다”며 “대부분 육지에 있어 (대책위 주장)조차 모르고 있다.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죽하면 소송을 제기하느냐”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라온은 입주민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면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소송 이유다.
이에 반발한 대책위는 라온 측을 오는 15~16일께 제주지검에 분양 사기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또 형사고발과 함께 ‘민사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한편 934세대 규모의 라온프라이빗 타운은 제주시 한림읍 재릉관광지구에 들어서 있다. 전 세대가 9홀 골프장내에 설계돼 발코니에서 바로 내 집 앞마당처럼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입주가 이뤄졌으나 대부분 입주민들은 올해 초 입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