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관광극장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면과 오른쪽 벽체 일부는 무너져 내린 서귀포관광극장의 전경이다. [출처=전진호 크리에이터 페이스북]](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40/art_17591059361609_9d9ed5.jpg?iqs=0.4090569275748237)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보수·보강을 통한 재사용 가능'이 제시된 것으로 드러나 서귀포시의 철거 논리가 궁색한 상황이 됐다.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29일 <제이누리>가 입수한 서귀포 관광극장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진은 첫 번째 대안으로 '보수·보강 후 재사용'을 제안했다. 예상 비용은 약 4억4000만원이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과 장단점까지 담겼다. 부분 철거 후 재사용 방안 역시 약 4억2000만원으로 제시됐다. 반면 전면 철거 후 신축 비용은 1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컸다. 다만 보고서는 "구조 안전과 내진 설계 검토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서귀포시는 철거를 강행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E등급 판정이 나오면 리모델링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보강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용역 보고서와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다.
반발이 거세지자 오 시장은 28일 개인 SNS를 통해 "논의의 핵심은 ㄷ자 벽체 철거 여부"라며 다시 해명에 나섰다.
그는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면서도 "일부 언론 보도와 비판에 오해가 있어 논쟁의 본질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관광극장은 본관 건물과 지붕 없는 벽체로 나눠 볼 수 있다"며 "본관은 E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보수·보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긴급성도 낮다. 반면 ㄷ자 벽체는 안전상 문제가 크고 보강이 어렵다는 결과가 있어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쪽·남쪽 벽체는 철거됐고 북쪽 벽체는 남아 있는 상태다.
그는 "논의의 초점은 본관 전체가 아니라 벽체 철거와 잔존물 활용 방안에 있다"며 "향후 건축사회가 대안을 내놓아야 할 핵심 사안도 벽체 관련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관을 포함한 관광극장 전체 활용 방안은 내년에 예산을 반영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는 건축 3단체가 철거 중단을 요구하자 공사를 잠시 멈췄지만 "폐기물 관리법상 60일 이내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건축사회에 책임을 돌렸다.
관광극장 멸실과 관련한 도의회 공유재산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시가 용역 보고서에서 제시된 보수·보강 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습 철거를 강행했고,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해당 대안이 없다고 부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보수·보강 가능성을 은폐하고 기자회견에서도 거짓된 설명을 반복한 것은 행정의 책임 회피"라며 "그럼에도 오영훈 제주지사가 행정시장의 사표를 받지 않는다면 더 큰 의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건축계와 시민사회 역시 "보존 가능성을 무시한 채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공론화 부족과 절차적 미비를 문제 삼고 있다.
1963년 개관한 서귀포 관광극장은 지역 첫 현대식 극장이다. 학예회와 공연, 웅변대회 등이 열리며 서귀포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설 노후와 예산 문제 속에 철거냐 보존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