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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갓·망건·탕건 기능보유자 제주서 전통 이어
9월5∼6일 제주목관아 '무형유산대전'서 체험·제주 갓의 모든 것 '갓 전시관'

 

"저승사자 복장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서 걸그룹 '헌트릭스'와 경쟁을 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한국 전통의상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자보이즈 맴버 '애비'는 갓끈을 손가락으로 돌리는 퍼포먼스만으로 '갓끈 걔'('갓끈 퍼포먼스한 그 아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쓰던 '갓'의 주산지는 갓의 주재료인 말총을 얻을 수 있는 말(馬)의 고장 제주다. 제주는 '갓' 뿐만 아니라 '망건(網巾)', '탕건(宕巾)' 등 다양한 관모(冠帽, 옛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 공예의 명맥이 이어지는 본고장이다.

 

◇ "제주 갓은 매미 날개보다 얇다!"

 

영화 속 사자보이즈는 긴 머리 짧은 머리 상관없이 개성 넘치는 머리 스타일 그대로 갓을 썼지만, 옛날 선비들이 갓을 쓰는 방법은 달랐다.

 

 

선비들은 상투를 틀고 이마에 망건을 두른 뒤 그 위에 탕건을 쓰고, 다시 그 위에 갓을 썼다.

 

갓이든 망건이든 탕건이든 모두 말의 갈기나 꼬리털인 말총을 엮어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말의 고장' 제주에서 갓을 비롯한 관모 공예가 발달했다.

 

"탐라(제주) 갓은 매미 날개보다 얇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는 자신의 저서 '청장관전서'에서 제주의 갓의 품질을 이같이 극찬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도 주인공 허생이 큰돈을 벌기 위해 제주로 건너가 매점매석한 물건도 '말총'이었다.

 

말총은 가늘고 부드러워 섬세한 작업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질겨서 잘 끊어지지도 않았다.

 

또 색상이 머리카락과 비슷해 세련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머리에 쓰면 가볍고 감촉도 좋아 관모 제작에 최고의 재료였다.

 

당연히 뭇사람들은 제주에서 만든 갓과 망건, 탕건을 최고로 생각했다.

 

 

더불어 제주에선 갓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재료인 양죽(凉竹, 얇게 깎은 대나무)도 생산했다.

 

갓은 둥근 원통 부분에 해당하는 '총모자'와 햇빛을 가리는 챙인 '양태'로 구성되는데 총모자는 말총으로 만들지만, 양태는 대나무를 쪼개 실처럼 가늘게 뽑아낸 죽사(竹絲)로 만들었다.

 

제주에서 총모자와 양태를 육지로 보내면 통영과 예산 등지에서 이를 조립해 완성품인 '갓'으로 만들어 전국 각지로 유통했다.

 

망건, 탕건 역시 모두 항포구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팔려나갔다.

 

자연스레 관모 공예는 육지와 제주를 잇는 항포구가 있던 조천, 함덕, 삼양, 화북 등 제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제주의 여성 하면 많은 사람이 해녀를 떠올리곤 하지만 관모를 만드는 일도 제주 여성이 중심이었다.

 

제주의 여자아이들은 6∼7살 어릴 적부터 갓과 망건, 탕건일을 배웠고 특유의 부지런함과 강인함으로 머리카락만큼이나 가는 말총과 대오리를 섬세한 손길로 엮어 질 좋은 관모를 생산해냈다.

 

과거 주문량이 많을 때는 한 집 건너 한 집, 손녀부터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모두 관모 제작에 손을 보탰다고 한다.

 

'내 동침아 돌아가라 / 서울 사람 술잔 돌 듯 / 어서 재개 돌아가라 / 이 양태로 큰 집 사고 / 늙은 부모 공양하고 / 어린 동생 부양하고 / 일가친척 고적하고 / 이웃사촌 부조하자'

 

제주에서 갓일을 하며 부르던 노동요에는 이처럼 관모를 만들어 가족을 부양하려는 어린 소녀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난다.

 

 

관모를 만드는 일은 어린 소녀들이 자라 어머니가 돼 딸에게, 그리고 다시 손녀에게 전승했다.

 

갓 양태를 만드는 전통은 고(故) 강군일(1883∼1952) 선생, 고(故) 고정생(1907∼1992) 선생, 장순자(1940∼) 선생, 그리고 양금미(1976∼) 이수자까지 4대(代)째 이어지고 있다.

 

총모자장인 강순자(1946∼) 장인은 어머니 고(故) 김인(1920∼2015) 명예보유자로부터 갓일을 배워 이제는 며느리 강병희(1969∼) 이수자와 막내딸 양윤희(1976∼) 이수자에게로 가르침을 잇고 있다.

 

망건일은 고(故) 이수여(1923∼2020) 선생, 강전향(1943∼) 선생, 전영인(1969∼) 선생까지, 탕건일은 고(故) 김공춘(1919∼2020) 선생, 김혜정(1946∼) 선생, 김경희(1977∼) 이수자에게로 3대(代)째 전통 기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갓 전시관'서 공부하고 제주목관아 가서 체험하고

 

제주에서 갓을 비롯한 망건, 탕건을 직접 살펴보려면 갓의 역사와 변천사, 제작과정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갓 전시관'이 제격이다.

 

갓 전시관은 국가무형유산 갓일·양태 기능보유자 장순자 선생이 어머니의 생애와 갓을 만드는 기술(갓일)이 세상에서 잊히지 않도록 지난 2009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세운 전시관이다.

 

장 선생이 사비로 마련한 800평(2천644㎡) 부지를 국가에 기부하고,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전시관 설립예산을 보조 받아 건립했다.

 

 

장 선생은 갓일과 관련해 총모자와 양태 뿐만 아니라 탕건, 망건 등 관모공예 장인들을 찾아가 전시관 설립 의의를 설명하고 작품을 직접 구입고 관모공예에 쓰이는 각종 도구 등을 수집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전시관 방문에 앞서 휴일 여부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갓 전시관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쉰다.

 

다만, 이달 5·6일은 행사 관계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한다.

 

이외에도 때마침 갓일 시연과 갓을 써볼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5∼6일 이틀간 제주목 관아 일대에서 제주의 무형유산 28개 종목을 보고, 듣고, 체험해볼 수 있는 '2025 제주 무형유산 대전'이 열린다.

 

국가 지정 6개, 도 지정 22개 종목 전승자가 직접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공연, 시연, 체험을 통해 제주 무형유산 가치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축제다.

 

갓일·양태·탕건·망건 전승자들의 시연과 갓 쓰기 체험을 통해 전통공예의 멋을 경험해볼 수 있다.

 

 

게다가 양반들만 썼던 갓 외에도 제주 일반 백성들이 일을 하며 즐겨 썼던 전통모자인 '정동벌립'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정동벌립은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어) 또는 농부들이 일할 때 쓰는 모자의 일종으로, 제주도 고유의 향토문화유산이다.

 

제주도 내 일부 지역에서는 '정당벌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정동벌립은 댕댕이덩굴인 '정동'(정당)이라는 식물 줄기를 햇빛에 고이 말린 뒤 꼼꼼히 엮어 만든 모자다.

 

정동벌립은 패랭이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질감이 더 부드러우면서도 질겨 비를 피하거나 햇볕을 가리는 용도 외에도 말이나 소를 방목하면서 수풀에 얼굴이 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다. 척박한 제주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제주인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전통유산이다.

 

옛날 정동벌립을 상투 틀던 머리에 걸쳐서 갓처럼 쓰고 다니기도 해서 '정동갓'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번 제주 무형유산 대전에는 이외에도 제주 전통주 고소리술·오메기술 시음, 고분양태 체험 등을 통해 제주 전통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놀이 체험도 운영된다.

 

행사는 폭염을 고려해 5일은 오후 3∼7시, 6일은 오후 4∼7시에 운영된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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