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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헌청원 정족수 50만명? ... 무시할 수 없는 문제

1. 들어가며

 

지난 제77주년 제헌절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부, 국민이 함께 만드는 개헌을 목표로 단계적·연속적 개헌을 천명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개헌 방향과 내용에 참여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있게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며 개헌 논의 과정에 국민의 뜻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의 두 축인 국회와 대통령이 입을 모아 국민참여 개헌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하에서는 국민이 헌법개정의 방향과 내용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없어 헌법개정 과정에서 국민의 뜻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

 

이 대목에서 지난 7월 16일 김성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안」(이하 ‘개헌절차법안’이라 한다)을 주목하게 된다. 개헌절차법안은 국민 5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속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라 한다)에 헌법개정 관련 청원(이하 ‘국민개헌청원’이라 한다)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국민개헌청원의 의의와 문제점

 

현행법상 국민은 개헌청원을 할 수가 없다. 청원법이 청원사항에서 ‘헌법개정’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개헌청원은 국민이 개헌청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또한 개헌특위는 국민개헌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가 있고 심사 결과 채택되면 개헌 발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신헌법 때 폐지된 헌법개정 국민발안제가 사실상 부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개헌청원이 제도화된다면 헌법개정 과정에서 국민의 뜻이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하지만 국민개헌청원 정족수로 50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개인이나 작은 단체가 이러한 정족수를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전자청원시스템이 잘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인지도나 조직력, 자금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개인이나 작은 단체의 능력으로는 50만 명은커녕 5,000명의 동의를 받는 것도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50만 명 이상의 정족수는 전국적 규모의 거대 단체나 세력만이 충족 가능할 것이다. 결국 개인이나 작은 단체의 경우 개헌청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어 개헌청원권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된다.

 

둘째, 50만 명 이상이라는 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홍보, 서명 수집 등에 있어서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성공 가능성이 자금동원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주 단위에서 국민발안제를 제도화한 미국의 경우 국민발안제가 막대한 자본과 전문적 조직이 투입되는 거대한 정치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발의안 작성 및 검토, 캠페인 전략 및 홍보, 서명 수집, 여론조사 등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도처에서 생겨나 활약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국민발안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1990년대 기준으로 100~2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개헌청원의 경우도 이와 같은 돈 잔치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민개헌청원 과정에서 행해지는 캠페인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국민을 기만할 수 있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즉홍적이고 선동적인 포퓰리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대중 동원력이 막강한 특정 집단이 국민적 공감대와는 거리가 먼 극단적인 의견이나 자신만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담은 개헌청원을 국민의 이름으로 빈번하게 하면 국민적 피로감이 증폭되고 국민 분열이 가속될 수도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진영논리와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대결과 적대의 정치가 횡행하여 정치 혐오와 국민 분열이 심각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3. 대안은 무엇인가?

 

위와 같은 국민개헌청원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개헌시민의회를 들 수 있다. 개헌시민의회란 성별, 연령, 지역, 계층 등을 고려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발된 시민의원들이 개헌의제를 심의·결정하여 국회에 권고 등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헌시민의회는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친다면 특정 거대집단의 전횡이나 포퓰리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헌시민의회 역시 시민의회에 통상 제기되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시민의회는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이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데 비록 무작위 추첨을 통해 전체 시민사회의 인적 구성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만으로 시민의회의 의사결정이 전체 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의제의 경우 대표자는 선거라는 방법을 통해 표출된 시민의 의지로 선출되는 데 이때 선거는 대표자의 의사결정에 대해 시민이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표자의 의사결정은 전체 시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은 시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의사결정권자가 된 것이므로 추첨을 동의의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시민의회의 의사결정이 전체 시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시민의회의 경우 시민의원을 추첨으로 선발하므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시민의원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예컨대 22대 총선 유권자 수는 총 4428만11명이다. 만일 시민의회를 500명으로 구성한다면 시민의원이 될 확률은 약 0.001%에 불과하다. 운이 아주 좋은 극소수 국민만 참여하게 되고 나머지 대부분 국민은 배제된다. 그 결과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은 매우 낮아져서 대다수 국민은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무심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개헌시민의회는 전체 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없고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소외된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에 국민개헌청원 방식과 개헌시민의회 방식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풀뿌리원탁회의 개헌청원’ 방식을 제안한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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