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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청정 제주 바다의 미래 ... 일본 사례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청정'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현장의 풍경은 점점 더 무겁다. 구멍갈파래, 갯녹음, 괭생이모자반 등 해조류 이상 증식과 자원 고갈은 어민의 삶과 해녀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 통계로는 '매우 좋은 수질'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 수치와 실제 풍경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는 제주 연안의 환경 변화와 관리 공백을 짚어보고, 나아가 일본 가고시마의 연안 관리 사례와 비교함으로써 제주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일본 가고시마 연안은 1970년대부터 매년 반복되는 적조 피해로 몸살을 앓았다. 유해 플랑크톤이 번식해 바다가 붉게 물들면 하루아침에 수천 톤의 어류가 폐사했고, 어민들의 생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당시 일본 언론은 "붉은 바다가 마을을 집어삼켰다"는 표현으로 참상을 전했다.

 

이 충격 속에서 일본 정부는 1979년 '수질오염총량규제제(TPLCS)'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만을 규제했지만 1990년대 들어 질소(N)와 인(P)까지 관리 항목을 확대했다. 오염물질을 줄이지 않으면 어업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것이다.

 

가고시마만 아리아케 어촌계의 고참 어민 사토 켄이치(佐藤健一, 74)는 이렇게 회상했다.

 

"정부가 규제를 시작했지만 결국 바다를 살린 건 우리 손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폐사 어류를 수거하고, 슬러지를 따로 처리하면서 바다는 조금씩 되살아났습니다."

 

 

지금도 가고시마 어촌계는 매년 수십 차례 공동 정화활동을 벌인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수준을 넘어 오염원 차단과 퇴적물 관리까지 직접 챙긴다. 적조 피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피해 규모는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고, 어민들의 인식 또한 크게 달라졌다.

 

가고시마만 아리아케 청년 어민 대표 후지모토 코헤이(藤本浩平, 36)는 "바다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라는 걸 이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가고시마 수산연구소에서는 두꺼운 자료집을 펼쳐 보였다. 계절별 DIN(용존무기질소), DIP(용존무기인) 시계열 그래프가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가고시마 수산연구원은 "간조와 만조 시 동시 채수, 표층과 저층 이중 채취가 기본"이라며 조사 설계의 치밀함을 설명했다.

 

제주의 조사 방식이 단회성에 그친다면 일본은 계절·유속·체류시간까지 고려한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실제 방파제 설치 전후의 유속 모델링 결과에서는 특정 해역 체류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파래 번식에 직접 영향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은 행정의 정책 결정 근거로 활용되고, 주민 설명회에서 투명하게 공유된다.

 

고베의 히가시 환경센터 역시 눈에 띄는 사례다. 이곳은 하루 32만㎥의 하수를 처리하면서도 방류수의 BOD를 200ppm에서 2ppm까지, COD는 8ppm까지 낮춘다.

 

처리수는 다시 인공하천 유지와 재이용수로 쓰이고, 발생한 메탄가스는 청소차와 버스의 연료로 공급된다. '오염원을 줄이고 자원으로 돌리는' 순환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이 찾은 가고시마대학 부속 해양자원환경 교육연구센터(附属海洋資源環境教育研究センター)는 지역 해양 관리의 중심이었다. 연구자들은 연안 수질 분석과 해양자원 보전 연구를 수행하고, 학생들과 어민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 실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센터 연구원은 "간조와 만조 시 동시 채수, 표층과 저층 이중 채취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참관한 현장에서는 DIN(용존무기질소), DIP(용존무기인) 시료가 곧바로 실험실로 옮겨져 분석됐고, 결과는 주민 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연구원은 "데이터는 전문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민과 주민이 함께 해석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자료"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제주의 조사 방식이 단회성에 그친다면 일본은 계절·유속·체류시간까지 고려한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실제 방파제 설치 전후의 유속 모델링 결과에서는 특정 해역 체류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파래 번식에 직접 영향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일본의 성과는 제도와 기술만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어민과 주민, NGO의 참여가 핵심이었다. 미야기현 굴 양식 어민들은 "바다를 살리려면 산을 지켜야 한다"며 산림 보전 운동에 직접 나섰다. 하천을 따라 흘러드는 영양염류가 결국 바다의 적조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세토내해 환경보전협회는 주민·지자체·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적조 대응과 부영양화 대책을 공동 의제로 삼았다. 특히 교육 활동이 인상적이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변 관찰 교실’, 주민 대상 환경 포스터 공모전, 마을 단위 설명회는 30년 넘게 이어져왔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어른을 가르치면서 마을의 습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가고시마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가고시마시 혼코신마치에 위치한 이오월드 가고시마 수족관(いおワールドかごしま水族館) 은 단순한 관광 시설이 아니라 지역 환경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한다.

 

수족관은 매년 수만 명의 학생과 주민을 대상으로 연안 생태계의 구조, 부영양화의 위험, 그리고 바다와 산·강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제로 수족관 앞 가고시마만(錦江湾)에서 채취한 시료를 활용해 '적조 실험 교실'을 열고, 어민과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바다를 체험하면서 환경을 배우고, 그 지식을 부모에게 전한다. 작은 파급이지만 그것이 마을 전체의 행동을 바꾼다."

 

수족관 관계자의 이 말은 세토내해 주민이 했던 이야기와 겹쳐졌다. 가고시마의 경험은 환경 교육과 참여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를 움직이는 힘임을 보여준다.

 

 

가고시마와 인접한 고베의 히가시 환경센터는 하루 32만㎥의 하수를 처리하면서도 방류수의 BOD를 200ppm에서 2ppm까지, COD는 8ppm까지 낮춘다. 처리수는 다시 인공하천 유지와 재이용수로 쓰이고, 발생한 메탄가스는 청소차와 버스의 연료로 공급된다. '오염원을 줄이고 자원으로 돌리는' 순환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제주의 관리 공백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가고시마에서는 하수와 양식장 배출수가 단순히 '처리해야 할 오염물'이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으로 환원되는 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제주는 지난해에야 '수산물 육상양식시설 배출수 수질 기준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질소와 인 기준은 빠져 있고, 점검은 연 1~2회뿐이다. 전담 인력은 2명 남짓, 최근 3년간 적발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20년 전부터 질소·인 총량 규제를 시행했고, 계절별·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국가 단위로 운영한다. 가고시마와 제주의 간극은 데이터와 제도, 주민 참여에서 뚜렷하게 갈린다.

 

제주의 양식장 방류수는 하루 1968만㎥로, 공공하수처리장(24만㎥)의 80배에 달한다. COD·SS·총질소 모두 공공하수보다 훨씬 높은 부하량을 바다로 쏟아내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여전히 허술하다.

 

해양 전문가들의 "제도는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현실이 됐고, 주민들은 "용역만 반복될 뿐 답은 없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다나카 히로시 어민은 제주에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 피눈물로 배웠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이 어업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요. 제주도도 결국 같은 길을 가야 합니다."

 

구멍갈파래가 번식하고, 방파제 앞에서 해조류가 썩어가는 제주의 현실은 미룰 수 없는 경고다. 일본의 경험은 단순한 참고 사례가 아니라 제주가 청정 바다의 미래를 다시 쓰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교과서다.

 

앞으로 제주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질소·인 총량 규제를 포함한 실질적 수질 기준 마련, 계절별·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주민·어민·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운영, 첨단 기술과 국제 협력을 통한 자원화 체계 도입이다.

 

바다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제도가 있고, 사람의 의지가 있을 때만 살아남는다. 가고시마의 경험은 제주의 내일을 위한 거울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획은 제주환경공익기금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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