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그늘막 하나 가격으로 가로수 4~6그루 식재 가능 ... 인공물 대신 자연물로 '녹색 제주' 만들자

 

 

여름이 무르익으면 제주시내 곳곳에서 그늘막이 펼쳐집니다.

 

그늘막은 횡단보도나 교통섬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려주는 거대한 파라솔이에요. 정식명칭은 생생그늘터랍니다. 높이는 보통 3~5m, 무게는 150㎏ 정도예요.

 

7월 현재 제주시에는 253개의 그늘막이, 서귀포시에는 118개의 그늘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각각 6개, 5개를 새로 설치하고 있고요. 도민들이 초록불을 기다리다가 더워서 쓰러질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양 행정시에 따르면 그늘막 1개당 가격은 190만~200만원 선입니다.

 

하지만 그늘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탁.관리를 맡은 업체에서 덮개를 제거해 펼치는 수고로운 작업이 필요하대요.

 

날씨와 기온에 따라 자동으로 펴진다는 스마트 그늘막은 800만원 선으로 가격이 무려 4배나 뛴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서귀포에는 설치돼 있지 않고, 제주시에만 광양사거리 1곳과 신제주 이마트 앞 2곳 등 3곳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만약 인공 그늘막 대신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얼마의 예산이 들어갈까요?

 

제주에서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는 수종은 지난해 말 기준 왕벚나무(1만6176본), 후박나무(1만1026본), 먼나무(1만282본)입니다. 

 

이 중 후박나무와 먼나무는 올 상반기 12R(근원직경) 한 본 기준 30만~3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네요. 나무 가격 뿐만이 아닌 나무를 운반하고 심는 노무비 등도 포함된 금액입니다.

 

꼭 이 수종이 아니더라도 가로수는 한 본당 30만~50만원 선에서 책정이 된다고 해요. 물론 식재 규모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보통은 이 범위를 넘지 않는대요. 그늘막을 하나 설치하는 금액으로 가로수 4~6그루를 심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다른 지역은 이미 그늘막 대신 그늘목(木)을 설치하고 있어요.

 

서울, 인천, 원주, 울산 등 이미 인공 그늘막을 도심에 설치한 지역이지만 다시 나무를 심고 있어요. 인공 그늘막은 강풍이 불면 다시 접었다가 펴야해서 불편하기도 하고, 여름철을 제외하면 사용할 일이 없어 도시 미관을 해친다면서요. 이르면 2018년부터 심기 시작했으니, 올해는 그늘막처럼 당연한 여름철 풍경으로 정착했겠네요.

 

인공 그늘막은 오직 뜨거운 햇빛만 가려주지만, 나무가 만드는 자연 그늘은 미세먼지 흡수와 도시열섬화 방지 효과도 있답니다. 그뿐인가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갈수록 무더워지는 기후 변화를 늦추는 데도 도움을 준답니다.

 

식재 가격도 인공 그늘막 설치보다 저렴해요. 

 

다른 지역에서는 그늘목 목적으로 대왕참나무, 느티나무를 주로 심습니다. 해당 수종은 수형 자체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별도의 장치가 없어도 넓은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원주시의 경우 느티나무 그늘목 한 본을 식재하는 데 70만~80만원을 책정하고 있다네요. 제주에서 주로 심는 가로수 보다는 비싸긴 하지만, 어쨌든 인공 그늘막 보다는 절반 이상 저렴하지 않나요?

 

서울시의 경우 주로 당장 큰 그늘을 만들 수 있는 15~20R(근원직경)의 느티나무를 그늘목으로 식재합니다. 이 경우에도 150만~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대요. 인공 그늘막 보다 약간 저렴하거나 비슷한 금액이에요. 하지만 도심 속 푸르른 녹음을 생각하면 인공 그늘막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행 행정안전부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에 따르면 그늘막 설치장소로는 가급적 대형교차로 및 사거리 등 도로 폭이 최소 4m이상인 주요 간선도로변 횡단보도 중 인도 폭이 최소 3.5m 이상인 곳에 설치하도록 합니다.

 

좁은 도로변에 그늘막 설치로 인해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그늘 하나 없지만 그늘막이 설치되지 않은 거리가 많은 이유죠.

 

그늘목은 어떨까요? 

 

'그늘목'만을 위한 지침이나 법령은 없지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로수는 도로의 폭, 도로주변의 장애물 등 주변 여건에 따라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과 도로의 구조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식재하도록 합니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과 도로구조의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식재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타 지역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그늘목을 심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찾기 힘든 이유라고 합니다.

 

제주도도 '그늘목'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적 여건이 맞지 않아 지금껏 식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주를 지칭하는 오랜 말로 '삼다도(三多島)'가 있습니다. 바람, 여자, 돌이 많은 섬이라는 뜻인데요. 시대가 변해 더 이상 여자가 많은 섬은 아니라지만 돌과 바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시시때때로 강풍이 몰아닥치는 한편 여름이 되면 한반도로 오는 모든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 되죠. 태풍이 지난 다음날 아침이면 꺾인 나뭇가지가 도로 변에 심심찮게 나뒹굽니다. 

 

그늘목은 그늘막처럼 횡단보도 등 도로변에 심어요. 태풍처럼 강풍이 불어 그늘목이 쓰러지면 도로변 등에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입니다. 제주시내 및 주요 관광단지 곳곳에 있던 워싱턴야자가 먼나무 등으로 교체된 이유와 같네요.

 

하지만, 그 말 그대로 워싱턴야자를 뽑은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었잖아요? 태풍 등 강풍이 불 때마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나무의 존재를 없애진 않았어요.

 

제주도는 태풍이 불 때마다 시내 곳곳에서 가로수가 부러지고 지붕과 간판이 날아가는 곳도 있고, 심하면 신호등까지 꺾이기도 해요. 하지만 아무도 가로수와 간판과 지붕, 신호등 자체가 제주의 환경과 안 맞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지역과 다른 수종을 심고, 피해가 예상되는 계절이 오면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꼼꼼히 예방하는 거죠. 태풍이 올 때마다 간판이나 그늘막 등 강풍 대비 각종 시설물을 점검하는 것처럼요. 우리가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 2.5t과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고 산소 1.8t을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일 출범한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새 비전으로 '위대한 도민 시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를 세웠습니다. '고유한 환경·문화가 빛나는 지속가능 제주'가 7대 목표 중 하나인데요. 전략 도정과제로 생태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도시 생명 숲 조성, 녹색도시 구현’이 제시됐습니다.

 

어쩌면 여름철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의 또 다른 인공물 보다는 자연 그대로인 그늘목이 '녹색 제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제주도를 가꾸는 소중한 예산이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여러분께 묻습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