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장애인 안모(78·여)씨와 딸이 제주시 조천읍사무소에 찾아왔다. 그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정모씨에게 다짜고짜 "수급액이 적고 민원태도가 불량하다"며 가방에서 벽돌과 돌멩이를 꺼내 무차별로 던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씨는 돌에 맞아 다쳤다. 또 책상 유리와 컴퓨터가 부서졌다. 안씨는 그 이전에도 읍사무소를 방문해 이 같은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6월 제주시청 사회복지과 통합조사실에선 공포의 장면이 연출됐다. 기초노령 연금이 중지된 60대 후반의 A씨가 가스총 5발을 시청 직원들에게 발사해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이 악성민원인들의 폭행과 협박, 폭언 등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시 본청과 읍면동에서 상해 등으로 모두 21건이 공무원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벽돌, 돌멩이, 가스총 등 각종 흉기를 몰래 숨기고 온 계획적인 폭행 사건이 6건, 돌발적 행동으로 사무실 컴퓨터나 의자, 책상 등을 던지는 기물파손과 협박이 15건이나 됐다.
욕설은 기본이어서 사무실 내 공포 분위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전화로도 온갖 욕설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수십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음주 행패는 다반사다.
이 같은 악성민원들의 폭력행위는 기초생활수급권자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가 연금이 중지되거나 수급권자의 수급액 등 생계비가 감소되는 경우에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 악성민원인이 휘두른 흉기로 사회복지공무원이 온몸에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제주시는 흉기를 몰래 숨기고 와서 공무원에게 상해를 입힌 6건(4명)에 대해 경찰관서로 고발했다. 나머지 16명에 대해서는 자체 마무리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성남시 중원구청의 사건을 계기로 전국 악성민원 피해 사례를 수집,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천읍 사무소 정모씨는 “사회복지 담당을 하면서 여태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을 다 듣는다. 욕설은 기본이고 멱살을 잡히는 일도 허다하다”며 “비일비재해 욕을 듣는 날이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수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시민들의 복지욕구도 다양한 추세인데 욕구 충족이 안 되면 막무가내로 불만을 나타내면서 행동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막가파식 행동은 오히려 민원인 본인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기에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책으로 CCTV 설치나 경찰과의 직통전화 등을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