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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세금 2836억원 들어가는 대선 ... 부끄럽지 않은가?

 

새해가 밝았다.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인 20대 대통령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 마음은 불편하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과거에도 흑색선전이나 폭로 비방전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후보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가족의 신상 문제가 집중 거론되는 네거티브 선거는 처음이다. 여야 유력 후보의 잇단 실언과 발뺌 발언은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채질한다. 

 

정책 경쟁과 토론은 실종되고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부동산 정책이든, 코로나19 대책이든, 대장동 의혹 규명 특검이든 모든 것이 표의 유불리로 계산돼 공방을 벌이며 국민 혼란을 가중시킨다. 급기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여야 유력 대선후보의 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길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교체 필요성을 묻자 ‘필요하다’는 응답이 56.6%에 이르렀다. 

 

지지층의 생각과 달라도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결단은커녕 최소한의 국정철학이나 국가운영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표적 사례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아직까지 연금개혁 공약을 내놓지 않은 점이다. 

 

추계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대략 2040년에 연간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당장 손보지 않으면 2030세대 청년들은 연금을 납부하고도 혜택은 받지 못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재정이 바닥나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형편이다. 사학연금도 머지않아 적자로 돌아서리란 전망이다. 

 

이처럼 각종 연금 사정이 벼랑 끝인데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들은 이를 언급하기조차 꺼린다. 이유는 뻔하다. 연금개혁을 하자면 ‘더 내고, 덜 받아가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를 반길 이는 거의 없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를 대선을 앞두고 꺼낼 필요가 없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언은 국가재정이나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내지르거나 금세 주워 담고 있다. 파급력이 큰 정책을 이랬다저랬다 하거나 표만 의식해 일단 약속하고 보는 포퓰리즘은 시간이 지나면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 이는 또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다.

 

 

여야 유력 후보 모두 갖은 의혹에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거나 하락하고 부동층은 증가하고 있다. 선거일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현실정치에 대한 염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알앤써치의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재임 기간 중 가장 잘못한 일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탈원전 정책,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경제 살리기 미흡, 국민통합 노력 미흡, 코로나19 대처 미흡, 인사, 국가 균형발전 미흡 등이 뒤를 이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선거는 관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공영제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 투표의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하고, 10% 이상 득표한 경우에는 절반을 보전한다. 새해 정부 예산에 잡힌 3·9 대선 관리 비용은 2836억원.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집행된 2067억원보다 769억원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2020년 4월 총선처럼 투표소를 소독하고 비닐장갑·손 세정제 등 방역물품을 준비하는 등 이번에도 ‘코로나19 선거’를 치러야 한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선거관리 및 공보물 제작ㆍ배포 비용도 늘어난다. 대형 국책사업을 벌일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이 20대 대선에 들어간다.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과연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정도로 부끄럽지 않은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는 네거티브 선거는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비방 폭로전을 즐기거나 눈앞의 작은 이익에 휘둘리지 말고 국가의 미래 비전과 국정운영 철학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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