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부적격 업체에서 9억원에 달하는 생화학인명구조차량을 구입한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규격미달 차량이었다.
감사원은 국민안전처와 중앙119구조본부, 전국 소방본부를 상대로 2015년 6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소방 물품·장비 구매 및 운용실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를 17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비 구매계약 업무 담당자인 A씨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B씨는 2011년 '10억원대 생화학인명구조차량 구매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A씨는 2011년 3월31일 차량 구매심사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 중 C업체의 납품 실적을 다른업체 실적으로 잘못 기재한 규격제안서를 평가위원회에 제출했다
채점 기준상 C업체는 납품실적이 없어 평가항목이 ‘0’이지만 8점으로 계산돼 총점 89점으로 구매계약 대상업체가 됐다. 평가기준상 85점 이하는 부적격 대상으로, C업체의 원 점수는 81점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D업체도 총점 85점을 넘겼지만 입찰가격 기준가격 보다 높은 9억6802만원을 제시해 탈락, 반면 부적격 C업체는 9억6200만원을 써내 2011년 4월 적격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2011년 5월 C업체와 9억원대 생화학인명구조차량 구매계약을 체결, 6월 차량을 들여왔다. 하지만 해당 차량에는 정작 핵심 장비인 ‘양압장치’가 누락돼 있었다.
양압장치는 운적석과 분석실 내 압력을 실외 공기압력보다 높게 유지, 오염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다. 차량 내 양압장치가 없으면 탑승한 대원이 오염된 공기에 누출돼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C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6월18일부터 8박9일간 C업체 대표와 함께 업무협의차 유럽 출장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구매사업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B씨는 2011년 4월26일 제안서 평가회의에서 규격제안서가 아닌 본인이 작성한 자료를 평가위원들에게 배포해 D업체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했다.
감사원 확인 결과 B씨는 최종 선정업체가 된 C업체 대표와 10년전부터 친구 이상으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6월 오스트리아 출장에서도 두 사람이 함께 했다.
감사원은 “부당한 구매계약으로 부적격 업체가 선정되자 적격업체가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평가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으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이나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며 제주도에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제주소방본부는 "C업체의 납품실적은 없으나, 외국 제조사가 국내 납품한 실적을 인정하여 평가했다"며 "운전실에 양압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지만 이를 보강하기위해 비상용 공기호흡장치(호흡공기방출구 및 풀페이스 마스크장치)를 협의·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비상용 공기호흡장치는 양압장치를 보완하는 2중 안전장치로, 양압장치 유무와 관계없이 비상용으로 설치하도록 규정 돼 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제주소방본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지방계약의 투명성 및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소방장비 구매규격 심의회를 운영하고, 물품 ·용역의 사전 규격공개 의무화, 계약업무 담당자 등 직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내 놓았다.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차기 인사조치를 할 예정이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