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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화려한 퍼포먼스의 즐거움 ... 주인공 연기 아닌 무용은?

 

 

 

춤 공연을 본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거니와 감상평을 쓴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관람평을 쓰는 일로 하루 이틀 머뭇거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춤, 홍랑'. 

 

조선후기 제주에서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테마로 한 창작 무용 작품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낸 제주여인 홍윤애의 아름다운 감동의 러브스토리를 '춤'으로 풀어냈다는 공연에 슬쩍 발길을 옮겼다.

오랫만에 객석에 앉아 춤사위를 보면서 내내 선입견으로 인한 내 무지와 잊혀졌던 시각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설레임의 결과와도 같다.

'춤 홍랑'이 주는 100분의 시간은 통상적인 전통무용의 춤사위가 주는 짧은 집중시간이나 순수 창작무용이 만들어 내는 깊은 성찰의 난해함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즐거움을 준다.

'춤, 홍랑'은 뮤지컬에 가까운 종합 무용극을 쉼없이 보여준다. 순간적으로 딴청을 피울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굳이 다른 표현을 쓰자면 '만수대 공연단'의 제주판을 보는 듯 한시도 쉼없이 다양한 색감과 춤을 제공한다. 결코 비판적인 의미가 아니라 보는 내내 그 단어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도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받는 경험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적 컬러의 보편성과 더불어 제주스러운 색감 속에서 표출된 춤사위와 함께 레드와 짙은 초록의 배합 같은, 춤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생경한 색의 배합 등은 단연 눈길을 사로 잡는다.

특히 제주목사 김시구의 부임 축하연이나 제주의 어촌마을을 표현하는 춤사위 등 수없이 다른 주제의 군무를 선보이는 안무가의 지속적인 시도는 자칫 버라이어티쇼를 연상케하는 즐거움을 준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안무가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결코 보여지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100여분간의 시간동안 무엇을 보여줄까 싶은 우려를 씻고 안무가는 충분히 많은 것을 보여준다. 총 37명이나 등장한 무용수들 역시 환호의 박수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재미를 관중에게 선사했다.  '무용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네' 싶다.

 

무엇보다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색다른 군무는 한국춤 만이 줄 수 있는 향연의 다양성 측면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따로 보고픈 영역들이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구성과 극적 전개에도 불구하고  공연 내내 목에 가시가 걸리듯 넘어가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

김시구로 대표되는 힘 있는 남자 무용수들의 마초이즘스러운 권위적 군무나 개인의 강렬한 손짓과 발놀림과는 반대로 주인공 조정철과 홍윤애가 나오면 무용은 즉시 연극으로 바뀌어버리는 당혹감을 남긴다.

이는 한국무용이 갖고 있는 이중성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잦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뜬금없지만 발레를 보는 재미중에는 솔리스트의 춤도 있고 디베르티스망(줄거리나 춤의 골격과는 상관없이 춤만을 볼거리로 즐기는 장)이나 군무 등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공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이야기를 다루는 2인무(파드되)는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랑이야기가 주류인 이야기의 전개에서 '파드되'는 하이라이트중의 하나이자 프리마돈나의 테크닉을 감정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또 클라이막스 역할도 한다.

한국무용이 발레와 같을 필요는 전혀 없지만 무용이 갖는 중요한 즐거움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홍윤애와 조정철이 이 공연의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그들이 보여준 춤사위를 기억할 만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홍윤애와 조정철의 역할을 했던 무용수들의 테크닉에 대한 힐란이 아니다.

수많은 군무와 다양한 춤이 있었지만 주인공 들의 이야기가 풀어질때면 춤은 사라지고 그 순간부터 이들은 무용수가 아닌 연기자로 변신하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한국춤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전개이기도 하지만 그 점에서 홍랑을 보는 내내 즐거웠던 혹은 새로웠던 그 화려한 군무에 비해 발레의 '파드되'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구경할 만한 주연 무용수들의 춤사위를 볼 수 없게 된다.

결국 남녀 주인공은 춤으로 서로의 사랑과 슬픔과 한을 표현하기 보다는 메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적에 집중하다보니 '감정과잉'의 몸짓과  지나치게 비통한 음악으로 일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순간순간 보여줬던 군무와 개별적인 춤들의 관심이 2인무나 독무를 통해 클라이막스로 연결되기 보다는 맥이 끊어지는 '역의 진행'을 경험하게 된다.
 

아마 이는 '춤,홍랑'  한 작품의 문제만은 아닐 터다.

주인공 남녀가 메인 배우로서 연기를 보여주는 연극이 아닌 바에는 관객들은 둘만의 스포트라이트 장면에서는 그들의 심정을 배우로서 연기하기 보다는  모든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춤사위가 좀 더 극적으로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것이다.

그래야 클라이막스라는 것이 생긴다. 클라이막스로 가는 과정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음성으로 내레이션까지 넣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그동안의 멋드러진 퍼포먼스에 취해 있던 감정을 갑자기 흔들어 깨운다.

춤은 춤으로 관객에서 호소할 필요가 있다.

 

그 멋지고 다양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공연 중간에 한국춤이 보여지는 독무나 2인무가 감정 연기가 아니라 한국 춤사위로 좀 더 승화될 수 있었다면 더욱 빛나는 공연이 됐으리라는 치기어린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졌다.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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