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당시 실체도 불분명한 군법회의(군사재판)를 통해 옥살이를 하거나 숨진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4.3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27일 오후 제주시 하니관광호텔에서 연 '4·3수형인의 명예회복과 법적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문성윤 변호사는 "억울하게 재판 아닌 재판으로 수형인(受刑人)이 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변호사는 이날 '제주4·3 특별법 개정을 통한 4·3 수형인의 명예회복 방안' 주제발표문을 통해 "4·3과 관련해 1949년 7월 군사재판을 받아 수형인이 된 사람은 모두 253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기소장이나 판결문 등 재판 절차를 거쳤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이 수형인으로 등재된 수형인 명부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재판기록이나 판결문이 남아 있지 않아 재심 청구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희생자로 결정된 수형인이 명예회복 할 수 있도록 하는 처분조항을 4·3특별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법을 통해 수형인 명부를 폐기하는 방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4·3위원회가 수형인 희생자 결정과 명예회복 결정을 관련 기관에 통보, 수형인 명부에 별첨으로 기록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박재승 4·3중앙위원회 소위원장도 이날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기조강연에서 "4·3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4·3 군법회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볼 자료가 없어 수형인이라는 말 자체도 부적당한 불법 감금'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2005년 4.3중앙위 전체회의에 수형인 606명의 희생자 결정 건이 상정됐을 당시 상황을 소개하며, "정부가 소위 4.3 군법회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 30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군경의 취조를 받았지만 재판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며 재판절차도 없이 처분이 이뤄진 수형인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는) 조치는 국가가 앞장서서 당연히 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는 재판 없이 죽임을 당하고, 60여 년 동안 이념적 누명을 쓰고 있는 이른바 4·3 수형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고민하고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