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백승주의 제주자치행정 단상(6) ··· 불온한 선거문화 속 정당성 없는 재량

서귀포 행정시장이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 고교동문회 모임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도지사의 당선과 자신의 임기 연장을 연관 지어 자신이 행정시장을 더 해야 동문들에게 더 많은 승진기회와 사업몰아주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발언이다.

 

제주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준 이 사건은 결국 일파만파 번져나갔고, 급기야 사건발생 반나절 만에 제주자치도지사는 서귀포시장을 직위해제 조치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정황상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 서귀포시장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은 타당한가?

 

일반적으로 직위해제는 관계법령에 따라 공무원 자신에게 당해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사후제재로서 공무원 신분을 유지시킨 상태에서 그 보직을 해제하여 해당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말한다.

 

이에 따라 각종 공무원법령은 첫째로 특정 공무원에게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 둘째로 징계의결의 요구를 받은 경우, 셋째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중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임명권자는 그에 대하여 직위해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 직위해제 조치는 귀책사유에 따른 특정 공무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서, 직위해제 여부는 의무에 합당한 임용권자의 재량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제17조 이하)은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국가사무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행정시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그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 규정에 따르면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행정시장으로 예고된 자가 임명되는 경우에는 정무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행정시장으로 임명할 자를 예고하지 아니하거나 행정시장으로 예고 또는 임명된 자가 사망, 사퇴 또는 퇴직하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새로 행정시장을 임명하는 것이 필요한 때에는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도록 하고 있다.

 

위의 관련 규정내용에 비추어 제주특별법은 행정시장의 직위해제 조치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할 명시적 근거를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무직 지방공무원으로 보임된 행정시장의 경우에 지방공무원법상 일반직 공무원 결격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퇴직토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 사법부는 공무원직위 해제처분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

 

대법원은 직위해제 처분이 “ 특정 공무원이 자신에 관련된 귀책사유로 인하여 당연퇴직되기 전 단계에서 해당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직위해제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공무원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화될 수 없고, 이 경우 공무원법에 정한 당연 퇴직 사유인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해 공무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직위해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즉,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엄격하게 하는 입장에서 징계사유로서 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려졌다고 하여도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대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공무원법상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여 직위해제 처분을 내리거나 징계의결의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내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직위해제 조치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역 언론은 이번 서귀포시장 직위해제 사유가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로 보아 직위해제 조치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 서귀포시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정당한가?

 

대법원은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직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인하여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정지우고 있다.  여기에는 공무원법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명령위반, 직무상 의무위반 또는 직무태만의 행위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특히 직위 해제된 서귀포시장의 경우 제주자치도의 핵심영역, 즉 교통ㆍ문화ㆍ관광ㆍ수출 행정 분야에서 도지사의 총애를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그 입지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그 무능함으로 인하여 직위해제 되는 것은 상식에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직위해제 처분 당시 징계의결을 요구받고 있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있었던 것도 전혀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행정시장에 대한 뜬금없는 임명권자에 의한 직위해제 조치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첫째, 어떤 경우이든 공무원의 신분은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처분 대상자의 경우도 이번 사건여부를 떠나서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제주특별법상 또는 해석상 행정시장을 직위해제 조치할 명분이나 그 요건 충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둘째, 임명권자가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명권자의 재량적 판단에 의한 행정시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가 그 공정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간단치 않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사정기관 등의 조치가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행정시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미래비전 실현을 위하여 행정시의 도민을 위한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조직고권을 희생시키면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면, 제주자치도는 자치권이 보장된 종전의 기초자치단체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암암리에 인정하여 그 조직 운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자치도 스스로 그 본래의 취지를 무시하면서 행정시의 존재감을 일개 본청 국(局)의 그것으로 다루려는 조치가 과연 옳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이점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여야 하는 주된 이유인지 모를 일이다.

 

넷째, 이번 사건은 도덕적ㆍ정치적 책임 여부를 떠나 법적으로는 일반직 공무원의 중대한 직무의무 위반사항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과연 적절하고 옳은 처방전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들의 신분상 유ㆍ불리를 떠나 고향 제주도의 선거문화의 고질병이 전국적 이슈로 둔갑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주어 담을 수도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은 변명에 급급해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길 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미래를 위하여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행정시장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제도개선 여부, 직위해제 조치의 타당성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아가 도외 출향도민들에게 종전에 늘 회자되었던 소위 '궨당선거'의 실체와 의미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도민 모두가 반성하고 회개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차제에 공명정대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이라도 벌이면 어떨까한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모두가 기죽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불온한 선거문화 행태는 아마도 제주에 국제기준이 통용되는 국제자유도시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되는 즈음에는 미래 세대들이 오늘의 기성의 잘못된 행태를 반면교사 삼아 분명히 새롭게 다져놓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백승주는?

 

=제주 출생. 행정ㆍ지방자치 및 지역개발전문가ㆍ협동조합이론가다. 1981년부터 20년간 새마을금고중앙회(본사)에서 기획법무ㆍ조사연구ㆍ자금운용ㆍ교육연수분야에서 근무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행정계획법 전공)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전에는 특별연구원으로 1년간 독일 레겐스부르그(Regensburg)대학에서 행정계획법을, 학위취득 후에는 고려대 법학연구원에서 행정법과 지방자치법을 각각 연구하였다. 10여년 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학부)에서 법학통론ㆍ행정법ㆍ토지공법을 각각 강의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학부 및 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서 도시관계행정법(상/하)ㆍ행정학원론ㆍ환경법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법무대학원)에서 지방자치법령ㆍ지방경제론ㆍ지역개발론ㆍ지역복지론ㆍ지방자치쟁송법 등을 강의하고 있고,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회장, 재경대정포럼회장, 한국사회복지법인협의회 법률전문위원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개발전문가로서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의 미얀마 지역개발 사전타당성 전문조사단 일원으로 현지 출장한 바 있다.

 

주요저서로는 토지공법강의(제3판)ㆍ지방재정과 지방세법ㆍ행정법총론강의(이상 2009년), 지방자치쟁송법(제2판)ㆍ지방자치법과 공무원법(이상 2010년), 도시관계행정법(상/하, 2011년), 행정법기본이론강의ㆍ 행정입법과 자치입법론(이상 2012년), 환경공법(공저, 2013년) 등 17권에 이른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