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관음사 경내에 제주도 지정 문화재 왕벚나무가 누군가의 농약 주입으로 말라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주변에 또 누군가가 아름드리나무들을 무단으로 잘라낸 사실들이 새롭게 밝혀졌다. 행정당국이 이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한라산 관음사 경내에는 제주도 기념물 51호인 제주 왕벚나무 3그루가 있다. 또 인근에 1그루가 더 있다.
그런데 지난주쯤 누군가 경내에 있는 왕벚나무 2그루와 후계목 3그루, 70~80년생으로 추정되는 피나무 1그루에 구멍을 6~9개 뚫어 농약을 주입한 것이 지난 6일 발견됐다. 1번 나무는 거의 고사된 상태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2번 나무는 절반 정도 고사됐지만 제주시가 영양제를 긴급 투입해 회생시키려 하고 있다. 시는 현재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시는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내 기념물 판매소 인근에 있는 2번 나무 인근에 100년생 정도로 추정되는 나무 3그루가 잘려나간 흔적이 또 발견됐다. 밑둥부터 아예 잘려 말라 있었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보호구역 원지형 보존지역(1구역)은 원형보호지역으로 어떤 행위도 제한돼 있다. 주변의 죽은 나무조차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없이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무가 베어진 곳은 왕벚나무의 원지형 보호지역 내에 있다. 이들 왕벚나무 20m 이내에는 원지형 보호지역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이 나무 주변 300m가 문화재보호구역 완충지역(제2구역)으로 지정됐다. 물론 관음사 경내를 포함한 일대가 2구역에 포함된다. 이 지역도 대부분 행위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관음사 연못 주변에 있던 100~200년생으로 추정되는 삼나무와 졸참나무 등 약 20여 그루도 베어져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있었다. 말라져 흙으로 덮은 흔적까지 있었다.
관련 조례만 위반한 것이 아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법에 따르면 임야인 경우 입목벌채 등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베어진 나무가 있는 곳이 종교용지와 임야의 경계다. 약 10여 그루 정도가 임야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음사 측에서는 시에 “지난해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부러져 사찰을 찾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잘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고혜림 문화재담당은 “1~2구역의 나무가 벌채된 것은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1구역 내에 벌채된 부분에 대해서는 문화재법상 고발조치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우선 도에 신고하고 고발조치를 검토하겠다”며 “2구역에 대해서도 관련 법에 따라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엄중 조치를 천명했다.
또 시 이창흡 공원녹지과장도 “현장을 확인해 본 결과 잘려진 나무 가운데 임야에 포함된 부분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며 “정확한 조사를 통해 임야에서 잘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의거,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