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한라산 왕벚나무에 누군가 농약을 주입한 사건이 벌어졌다. 관계 당국이 수사 의뢰에 나섰다.
제주시에 따르면 한라산 관음사 사찰 경내에 있는 제주도기념물 제51호 왕벚나무 4그루 중 수령 150∼200년 된 1번 나무와 2번 나무에 구멍이 뚫리고 농약이 주입됐다.
1번 나무에 8개, 2번 나무에 9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또 2번 나무 주변의 수령 10년 내외 후계목 3그루와 70∼80년 된 피나무 1그루도 같은 방법으로 농약이 주입됐다.
현재 1번 나무는 잎이 하나도 없이 까맣게 타 버린 상태다. 2번 나무는 일부 가지가 고사해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시가 제주도 문화재위원에게 자문한 결과 “제초제가 맞다”는 답변을 얻었다. 1번 나무는 회생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2번 나무는 현재 영양제를 투입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건은 시로부터 보호수에 대한 병해충 방재작업을 위탁받은 업체 관계자가 지난 6일 방재 준비를 하러 갔다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 시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지난주 쯤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이 왕벚나무들은 높이가 10∼15m, 가슴 높이 지름이 40∼80㎝에 달한다. 꽃의 형질의 매우 우수해 1999년 10월 6일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됐다. 관음사 경내에는 모두 3그루가 있고, 나머지 1그루는 산록도로 인근에 있다.
시 관계자는 “1번 나무는 살리기 어려운 상태다. 2번 나무는 가지 절반 가량이 말라 영양제를 투입하고 있다. 최대한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추이를 봐야겠다”고 말했다.던
시는 현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문화재보호법은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2007년 제주대 입구에 상징목처럼 서 있던 130년생 소나무도 누군가 농약을 주입, 고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