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이 앞으로 5년간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5만16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년채용 기회를 늘리고 지방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자 이같이 화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던 투자ㆍ고용 보따리라서 새롭지 않지만, 올해 규모는 더 크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에도, 지방에도,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세대에도 골고루 온기가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5극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체제로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고 집중 투자할 테니 기업들도 보조를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에 지원을 늘리는 ‘가중지원 제도’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특별법 도입을 내세우며 지방에 더 기회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10대 그룹은 반도체 설비,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ㆍ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지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대 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 투자를 합치면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6조원 많은 66조원으로 예상된다.
10대 그룹이 밝힌 올해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2500명 많다. 특히 그중 3만4200명(66%)은 경력이 아닌 신입 채용이다. 한경협은 “AI 로봇이 확산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다”며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워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써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오천피’ ‘천스닥’ 시대가 열리는 등 증시가 달아오르고,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데도 지역경제는 철강ㆍ석유화학ㆍ건설 등 전통산업 부진으로 침체일로다. 그 결과, 지방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소비와 노동력, 협력업체 생태계가 동반 위축되고, 그 여파는 대기업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같은 ‘K자형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해외에서 선전하는 대기업의 첨단산업 국내 투자가 절실하다. 기업들이 계획한 투자를 제대로 성사시키려면 기업들을 독려하기에 앞서 투자환경 조성이 선행해야 한다.
정부는 신산업과 새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지방 산업단지 전기료를 깎아주는 등 지역투자 유인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좀 더 매력적인 입지ㆍ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등 기업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소수 강성 당원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를 벗어나 제때 할 일을 해야 한다.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하지만 여야 정당은 석달여를 허송한 뒤 지난 4일에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미이행’을 이유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비로소 법안심의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일부 국가들이 관세협정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평해왔다.
대미 투자 진척도가 느리다는 이유, 특히 국회의 태만을 콕 집어 협상이 끝난 국가의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법안을 발의했지만 두달이 넘도록 관세와 대미투자 논의를 방치했다.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해온 국민의힘이 양보하면서 특위가 구성됐지만, 여야 모두 대응이 뒤늦기는 마찬가지다. 여야는 이제라도 특별법안 심의에 속도를 내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3∼10월 세계 107개국 성인 10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 문제를 가장 심각한 국가 현안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5번째로 높았다.
나라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정치ㆍ정부’를 꼽은 국가는 8개국이었다. 그 중 ‘정치ㆍ정부’ 지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의 군사ㆍ외교적 압박에 노출된 대만(50%)이었다.
이어 슬로베니아(34%), 스페인ㆍ미국(각각 33%), 한국(31%) 순서였다. 갤럽은 정부와 사법, 선거, 군대, 금융 등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한 사회일수록 정치를 자국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곧 설 명절이다. 일가친지들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정치가 민생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한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 행태는 여야간 정쟁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 권력 다툼을 빚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삶, 진정 민생을 염려하는 자세로 돌아와야 경제가 나아지고 정치ㆍ정부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