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 전국 확대가 제주 관광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제주가 독점해온 무비자 효과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숙박·소비·고용 전반에 걸친 구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 첫날 서울 중구의 장면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40/art_17591064085171_ac9bd5.jpg?iqs=0.22677393093248466)
정부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전국 확대가 제주 관광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제주가 독점해온 무비자 효과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숙박·소비·고용 전반에 걸친 구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는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최대 15일 체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내년 6월 말까지 운영된다. 다만 제주도는 기존처럼 개별·단체 모두 30일 무비자가 유지돼 제도 구도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중 '제주만 여행'을 택한 비율은 2017년 50.5%에서 지난해 84.1%까지 올랐다. 무비자 독점 체제가 관광객 체류를 집중시킨 결과다.
그러나 이번 제도 확대는 제주 독점 구조의 종언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서울·부산 등 다른 도시를 거쳐 제주로 들어오는 경유형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주 점유율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숙박 부문에서는 팬데믹 이후 대형 리조트와 신규 호텔 개관으로 제주 전체 객실 수가 늘었지만 중저가 숙소는 폐업과 용도 전환으로 줄었다. 내국인 '호캉스' 수요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선호하는 가격대 객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총량은 늘었지만 구조적 불균형은 심화됐다.
소비 패턴 변화도 예상된다. 중국인 관광객 지출이 면세점·대형 쇼핑 위주에서 K-푸드, 웰니스, 공연·체험 등으로 다변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 무비자 확대가 이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 유통사 쏠림이 심해지면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권 소외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 측면에서도 단기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관광 회복세에 따라 가이드, 숙박, 서비스 인력 채용이 늘고 있다. 무비자 시행으로 단기 고용 수요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질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외국어 가능 인력 수요는 장기적으로 늘어 제주 청년층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국경절 특수는 이미 지나갔지만 연말부터 내년 봄 성수기에는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비자 정책 발표 직후 중국 현지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한국행 항공권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기존에 비자 발급에서 제약을 받았던 중국 젊은층이 최대 수혜층으로 떠오르고 있어 새로운 수요층 유입이 예상된다.
정치·외교 변수가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여부와 APEC 정상회의 결과는 중국 내 한국 관광 상품 판매와 한류 소비 수요에 직결될 전망이다. 반대로 중국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저가 단체상품 확산과 불법체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제주가 더 이상 무비자 독점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은 냉정하지만 질적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숙박과 결제 인프라를 강화하고 쇼핑 위주의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미식, 웰니스, 전통문화 체험 등으로 관광 동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 고모씨(47·여)는 "무비자 확대가 단순히 관광객 숫자 증가로만 이어지면 제주는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며 "지역 소상공인과 청년 일자리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체험형 콘텐츠와 결제 인프라를 강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무비자 확대 시행이 제주 관광에 미칠 파장은 내년 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 관광산업이 독점에서 경쟁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