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제주 로컬브랜딩, 길을 묻다④] 관광·원도심 재생의 마중물 될까?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의 원도심과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침체와 활력의 기로에 서 있었다. 신도시 개발과 대형 상권의 확장, 관광지 쏠림 현상으로 발길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로컬브랜딩을 통한 점포 리뉴얼과 청년 창업 유입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가게 몇 곳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의 체류 시간과 소비 패턴까지 바꾸는 흐름이 감지되면서 원도심은 다시 '살아 있는 공간'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권 회복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지역 공간을 어떻게 다시 쓰고 재해석할 수 있을지라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시 동문공설시장 청년몰이다. 2021년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을 유입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문을 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청년몰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입구 표식조차 미흡하고 홍보도 부족해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 점포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어 입점 공모를 해도 지원자가 드물고, 마케팅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좋은 시설이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공간'으로 남아 있는 현실도 확인됐다.

 

게다가 '청년몰'이라는 간판과 달리 실제 청년들의 공간은 생각보다 제약적이었다. 지난 20일 기자가 동문시장 청년몰을 찾았을 때 시장 전체는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정작 이곳이 청년몰인지, 또 어떤 특색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방문객이 많았다.

 

이날 전주시에서 여행 온 20대 관광객 김모씨(25·여)는 "여기에 청년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굳이 청년몰이라 불릴 만한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1층에는 국밥집이나 다른 전통시장과 비슷한 가게들이 있어 특별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시 원도심 일대는 조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중앙로와 산지천 인근 골목에는 카페, 바, 공방 등 청년 창업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며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저녁 시간대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나면서 한산하던 골목은 '걷고 머무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지역 청년 작가들의 전시 공간이나 공유 주방, 게스트하우스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도 등장해 체류형 소비를 이끌고 있다. 단순히 점포 하나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상권의 분위기와 유동인구까지 바꿔내는 변화다.

 

이 과정에서 로컬브랜딩 점포는 단순한 음식 판매를 넘어 관광 체험의 장으로 기능한다. 청귤소바, 해녀 테마 바, 감귤 디저트 카페처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메뉴는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희소성을 갖는다.

 

관광객들은 한 끼 식사 대신 제주의 이야기를 맛보고 공유하는 경험을 얻게 된다. 일부 매장은 감귤청 만들기, 전통주 체험, 해녀 도구 전시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여행 일정 속 '작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체험형 로컬브랜드 매장은 SNS 확산력이 커서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인근 상권으로 소비가 확장되는 효과까지 낳는다"고 설명했다.

 

 

제9기 청년참여기구 문화2분과 위원들은 원도심 재생에 필요한 조건으로 '데이터와 실험'을 꼽았다. 단순 이벤트만으로는 상권 회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정 문화2분과장은 "걷기대회나 역사투어는 잠깐 모객은 가능하지만 상권이 살아나기엔 역부족이다. 원도심을 주로 찾는 사람이 관광객인지 도민인지부터 확인하고,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점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는지를 데이터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는 문화 실험으로 이어졌다.

 

문화2 분과원들은 "버스킹데이 같은 정기 공연, 산짓물공원을 활용한 피크닉데이, 원도심 전체를 게임 맵으로 구현한 미션 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단순히 '왔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를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동문시장 야시장에는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앉아 즐길 공간이 부족하다"며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조성해 맥주 한잔 곁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관광객뿐 아니라 도민도 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2분과는 원도심을 관광객 유치 수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도민의 일상 속에 다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로컬브랜딩의 파급력은 매장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청귤, 톳, 흑돼지 같은 지역 농수축산물이 메뉴화되면서 원재료 소비가 늘고, 이를 납품하는 농가와 유통업체에도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한 청년 창업가는 감귤 농가와 협력해 메뉴를 개발하고, 다른 창업가는 해녀 마을과 협업해 해산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지금까지 만난 로컬브랜드 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과 1차 산업의 결합은 제주 경제 구조 전환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라며 "농수산물 단순 판매를 넘어 가치 있는 스토리를 더하는 순간, 부가가치는 훨씬 크게 확장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일부 점포는 단기 홍보 효과가 사라지자 매출이 주춤했고, 청년몰처럼 구조적 제약으로 활성화가 더딘 사례도 있다. 예산과 지원 사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중복 지원과 사각지대가 동시에 생기는 문제도 지적된다.

 

동문시장 청년몰 상인회 관계자는 "앞에 사람 세워두고 행사만 하는 방식은 오래 못 간다"며 "실패 사례까지 기록하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로컬브랜딩은 원도심 재생과 관광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청년 창업이 원도심에 뿌리내리고, 전통시장과 마을 단위 상권까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음 편에서는 로컬브랜딩이 제주 농수축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며 생산자와 외식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갈지 살펴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추천 반대
추천
1명
100%
반대
0명
0%

총 1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