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 경제체질 개선을 게을리한 데다, 혁신을 일구지 못한 탓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5767380626_02d8f7.jpg)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 그 길이 멀어지게 생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2년이나 늦춰 잡았다.
더구나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퇴보다.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3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인 경상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IMF 전망에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로 기진맥진 상태인 한국 경제 현실이 담겼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와중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정치불안에 관세폭탄, 내수침체가 맞물려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IMF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은 2014~2029년 15년 동안 1인당 소득 3만 달러 덫에 갇힌다. 한국보다 앞서 3만 달러를 통과한 선진국들이 평균 6년 만에 4만 달러 시대를 개막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 늦다. 게다가 내년부터 경쟁국인 대만에 1인당 소득이 추월당할 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 가는데도 경제체질 개선과 사회구조 개혁을 게을리해 경제실력인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혁신도, 신산업도 일구지 못한 결과다. 대만의 1인당 소득 한국 추월은 경제성장률 흐름과 맥을 함께한다.
![[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5767376977_2b675c.jpg)
한국의 성장률은 올해 1.0%에 그치고, 내년 이후에도 1~2%대 저성장이 고착화한다. 이와 달리 대만은 올해 2.9% 성장에 이어 2030년까지 2%대 성장을 지속한다. 그 결과, 대만은 내년 1인당 소득 3만6319달러로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2029년까지 앞서 달린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도 불안하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는 이미 중국이 앞섰다.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처럼 저성장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22년 한국에 추월당했다. 이런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거품 붕괴 이후 산업구조 개혁과 인구감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인데, 한국이 지금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가 닥쳐오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푸는 등 재정에 의존하는 경기 부양책을 쓴다. 규제 혁파와 디지털 전환·기술경쟁력 강화 등 넓고 긴 안목의 산업정책은 미흡하다.
6·3 조기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선거공약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대표적 분야가 인공지능(AI) 투자 및 부동산 개발·교통 개선 공약이다. 예전 대선 과정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약은 주로 복지나 토목건설 사업이었다. 그래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이번 대선에선 첨단산업에 투자해 성장 발판을 만들겠다는 AI 투자가 끼어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AI 투자 규모로 100조원, 200조원을 내세운다든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몇만개 확보 등을 툭툭 던지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돈만 많이 들인다고 AI 강국이 될 리 없다. 인재 양성과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4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강원도까지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투자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5767373834_108ea7.jpg)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도 주택 100만 가구 공급, 재건축 신속 진행, 5대 광역권 GTX 확대 등을 내세웠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부동산시장을 쉽게 과열시키거나 냉각시키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차(29일)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9.0%에 그쳤다. 1945년 취임 100일 시점 조사 개시 이후 80년 만의 최저치다. 대규모 투자 공약은 걸맞은 구체적 실행 계획과 타당성을 담아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을 건설하겠다’ ‘어디에 얼마를 쓰겠다’보다 ‘꼭 필요한 데가 여기다’ ‘더욱 합리적으로 쓰겠다’고 공약할 수는 없는가. 선심성이나 ‘아니면 말고’식 공약을 던져대면 민생은 더 고달프고 소득 4만 달러도 더 멀어질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