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에 가뭄 초기 현상이 시작되면서 밭작물들이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작물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제주시에 따르면 애월읍과 한림읍, 한경면 등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의 주요 밭작물은 기장과 참깨, 수박 등이다.
그러나 지난달 3일 이후 이달 7일까지 강수량은 19mm(고산기상대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평년(118.7mm)의 1/6 수준이다.
토양수분 상태를 나타내는 수분장력은 지난 12일 현재 애월읍 신엄리가 107.9kPa(킬로파스칼), 한경면 두모리 466.9kPa, 한림읍 동명리 500kPa, 조천읍 와산리 75.7kPa, 구좌읍 김녕리 53.9kPa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100kPa을 넘으면 토양이 밭작물 관수가 필요한 건조(초기가뭄)의 상태이기 때문에 서부지역은 가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밭을 갈아엎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애월읍 일부 농가들은 지난 4~5월에 파종한 기장이 30cm 이하로 생육부진을 겪자 갈아 엎어버렸다. 아예 기장 재배를 포기하고 비가오면 다른 작목을 심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부지역 농가들은 수분 증발이 적은 아침·저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물을 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 농업용수 공급에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시 관내 저수지는 모두 4개소로 저수율 78%이다. 60% 이상이면 양호하기 때문에 당분간 농업용수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주시는 가뭄이 시작됨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1단계로 가뭄 취약지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관정 457개공과 양수기 128대 등 공공시설·장비 지원체제를 갖췄다. 또 하천 등 도로변 급수탑 123개를 전면 개방하고 급수가 가능한 연못 35개소에 양수기를 설치해 급수 지원할 계획이다.
20일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1단계 조치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물통과 물 팩을 취약지에 우선 설치하고 소방차 등을 동원해 급수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제주시 문재원 유통지원담당은 “거의 매일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돌아보면서 급수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농업기술원과 함께 매일 토양수분상태를 조사해 가뭄 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말에서 늦으면 다음 주 중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 날씨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