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천연보호구역인 범섬에서 토끼가 대량 번식하고 있다. 식물종이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획이 예고됐다.
4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범섬에서 대량 번식해 서식하는 토끼들을 포획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세계유산본부는 앞서 진행한 천연기념물 범섬 식생에 대한 관찰 조사 결과 북서쪽 평지 대부분 식생이 굴토끼 먹이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참으아리, 개머루 등 초본(풀)이 토끼 먹이활동으로 피해를 보았고 우묵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느티나무 등에도 토끼가 갉아 먹은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범섬 곳곳에서는 토끼 배설물과 굴도 발견됐다.
한라산국립공원, 곶자왈과 더불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인 범섬에는 희귀종인 후박나무, 생달나무, 소기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조만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포획을 벌일 계획이다. 포획 틀을 이용하고 생포된 토끼들을 유기동물보호센터 등으로 옮겨 보호 조치한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범섬 내 토끼가 수십 마리가 있어 보이나 정확한 개체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범섬 생태계가 토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식생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토끼 포획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범섬에는 1950년대 일부 주민이 살았다. 당시 토끼와 염소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귀포시는 토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2002∼2004년 범섬 내 토끼 포획작업을 했다. 하지만 일부 개체가 남아 다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섬에 있던 염소 수십 마리는 당시 포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제주에서는 문섬과 차귀도에서도 토끼가 급속히 번식해 포획이 이뤄진 바 있다. 비양도에서는 염소 개체 수가 늘어 포획이 진행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