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경주 황리단의 한 가게를 찾아 십원빵을 시식하고 있다. [십원빵 SNS]](http://www.jnuri.net/data/photos/20230625/art_16874856408102_803b93.jpg)
화폐도안 무단사용 논란이 불거진 경주시 명물 '십원빵'이 제주에서는 상표권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제주도내 한 사업체에서 '십원빵'의 원조는 자신들이라고 주장하며 나서면서다.
제주에서 제주한치빵과 황금십원빵을 파는 A씨는 23일 "원조 십원빵은 '경주 십원빵'이 아니라 제주 '황금십원빵'"이라면서 "십원빵의 인기가 많아지자 유사한 상호명으로 저품질 모방제품들이 생겨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황금십원빵은 제주에서 유명한 제주한치빵에서 시작하게 돼 전국 지역특색의 빵을 만들고자 십원주화에 각인된 다보탑에서 착안해 개발하게 된 빵"이라면서 "2016년 제주지역 우유소비 촉진 일환으로 한치빵을 개발하게 됐고, 지금 십원빵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제주 황금십원빵 가맹본부는 경주십원빵 사업자인 김모씨와 2019년 12월 황금십원빵 경주지역 총판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씨가 십원빵을 만들면서 가맹본부에서 공급한 제주축협 모짜렐라 치즈가 아닌 폴란드산 수입 치즈를 사용해온 사실이 발각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허위 원산지 재료 사용이 발각되면서 황금십원빵 가맹본부는 김씨와의 가맹 계약을 2021년 12월23일자로 해지했다. 또 김씨가 유사상호인 ‘십원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호사용 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지난해 12월21일 법원에서 인용됐다.
A씨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경주십원빵’이라는 유사상호를 사용하면서 영업을 계속했다"면서 "창작자의 노력에 대한 권리를 빼앗는 것은 범죄다. 경주십원빵은 불법재료 사용으로 인해 가맹취소된 곳이며 법적으로 사용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 본인은 물론 김씨가 제3자를 이용해 '십원빵' 상호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해달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황금십원빵 본점은 판결문 내용에 따라 ‘경주십원빵’의 간판, 물품의 포장, 선전광고물 등 모든 곳에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자인 김씨는 이와 관련해 "상호사용 금지가처분이 인용된 이후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겼다"면서 "제가 운영을 안 하는데 상표권 분쟁이 왜 저와 연관이 되는지 모르겠다. 만약 소송을 하려고 한다면 전국 곳곳에 있는 모방제품 업주에게 해야한다"고 항변했다.
또 허위 원산지 재료 사용과 관련해서는 "경주시청에서 실사를 나올 당시 냉장고에 있는 십원빵 본사 재료를 지적하면서 원재료명, 유통기한, 제조일자가 없어서 쓰면 안 된다며 '오늘은 시정조치만 할텐데 다음에 왔을 때 이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걸 본사에 전하면서 합법적인 재료를 달라고 했더니 아무런 답이 없고 다른 재료를 보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청에서 지적한 재료로 만든 빵을 손님에게 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사를 놓을 수도 없어서 다른 데서 치즈를 불러와 쓴 것"이라면서 "여태껏 검수 등 오지도 않던 본사 직원이 그때는 딱 이틀 만에 올라와서 원산지 표기가 잘못됐다며 신고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걸 빌미로 (가맹점) 계약 파기하겠다고 하더니, 앞서 본사가 인근에서 운영하던 유사 빵집을 '황금십원빵' 간판으로 바꿔서 장사하더라"면서 "저는 저대로 가맹점 계약 파기 사유가 본사에게 있다고 소송을 건 상태였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끝나버렸다. 그 이후 마음이 상해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다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십원빵 등 본사에서 나오는 제품은 모두 같은 재료를 쓰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지난해 초쯤 제주시청에 재료를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면서 "그랬더니 제주시청에서 '그런 재료가 있어서 압수를 했고 다 수거했다. 포상금을 줄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포상금이 입금이 됐으니 본사가 잘못된 재료를 쓴 게 확실한 것 아니냐. 이 대화 내용 포함해서 증거 몇 개가 복원됐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저는 저대로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십원빵 원조' 논란과 관련해서는 "디자인도 내가 업체에 돈 주고 의뢰해서 만들고, 명칭도 손님들에게 직접 의견을 받아서 내가 정한 것"이라면서 "레시피도 내가 만들었고, 본사에서 받은 것은 재료뿐이다. 총판 계약 또한 십원빵이 만들어진 이후에 체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십원빵은 1966년부터 발행된 다보탑이 새겨진 10원 주화를 본뜬 빵이다. 2021년 9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주 황리단의 한 가게를 찾아 시식하면서 화제가 돼 경주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현재 프랜차이즈 형태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고속도로 곳곳에도 매장을 차리는 등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주 십원빵이 화폐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디자인을 변경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행은 "십원빵 제조업체의 경우 지역 관광상품 판매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로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씨 업체 황금십원빵의 경우 한국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다보탑에서 첨성대로 디자인을 바꾼 상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