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스승의 날을 맞아 간부공무원의 모교 방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모교 방문에 따른 계획에서 결과까지 제출하라고 해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7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공경 분위기 조성 추진계획을 각 행정시에 발송했다.
계획에서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은 8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간부공무원 모교 및 자녀취학 학교를 방문하라고 돼 있다. 학교방문에서는 1일명예교사, 급식(배식) 자원봉사 체험, 교사와 간담, 건의사항 수렴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시 산하 부서 전 공직자들에게는 이달 중 은사 또는 출신학교를 찾아 대화시간 갖기, 은사님께 안부전화 또는 감사편지 보내기 등을 하라고 됐다.
이 외에도 ▲스승관련 책읽기 ▲스승공경 표어 공문서 상단 게재 활용 ▲스승공경 내용 전광판 표출 홍보 ▲스승공경 현수막 게시 등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자발적이 아닌 강제성이 다분한 지시다. 도는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경우 ‘모교방문 계획서’와 ‘모교 방문 결과 보고서’도 제출하라고 했다. 알아서 할 일에 대해 강제로 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계획 상 일정을 보면 모교 방문은 평일에만 가능하다. 주말에는 대부분 학교가 휴교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평일에 근무를 팽개치던지 휴가를 내서 모교 및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라는 것이다.
일도 제대로 보지 않고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고위공직자(?)의 방문에 학교 교사들 역시 편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의 한 5급 공무원은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또 다른 5급 공무원은 “지금까지 이런 지시는 없었다. 할 수 없이 가야되지 않느냐”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공경의 마음을 표시하면 되는데 이런 것까지 계획까지 수립해 추진하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