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민.관광객의 소원을 담은 5만여장의 종이가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제주들불축제가 불씨없이 치러진 이유 때문이다. 당장 태울 수 없는 처지라 처치곤란 상태에 놓였다.
19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들불축제장인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인근 창고에 약 5만 장의 소원지가 보관중이다.
이 소원지는 당초 들불축제 기간중 '달집 태우기' 행사 때 함께 태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잇따른 산불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와 '달집 태우기'가 취소되면서 소원지 5만 여장이 그대로 남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들불축제도 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을 이유로 열리지 않아 약 1m 높이에 무게만 500kg에 달하는 2년치 소원지가 쌓인 상황이다.
제주시는 당초 오는 29일 소원지를 태우는 '달집 태우기'를 마련할 계획으로 산림청과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산림청은 곧바로 난색을 표했다. 산불조심 기간인 다음달 15일 이전에는 불 관련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의견이다.
제주시는 "5만 여명의 소원이 담긴 소원지를 아무렇게나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산불조심 기간이 끝난 다음달 15일 이후 소원지를 태우려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옛 북제주군이 제1회 행사를 시작,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에는 전면 취소됐고, 2021년엔 '새별오름 들불놓기' 행사만 온라인으로 여는 등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는 3월18일부터 2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은달 초 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이 닷새째 이어져 제주 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제주시는 고심을 거듭한 결과 결국 들불축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올해는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으나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취소됐다.
오름 불놓기 행사는 해발 519m의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고, 동시에 2000발의 불꽃을 터트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관을 연출하기 위해 오름 경사면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놓기 때문에 석유가 타면서 많은 미세먼지와 탄소가 발생하는 데다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 경우 산불로 번질 우려도 높다.
특히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3월은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성이 높다. 이에 산불발생 우려와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인 '오름 불놓기'를 놓고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