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30209/art_16775592707646_13673f.jpg)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 등 철새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제주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방출하는 작업이 다음달 1일 본격 시작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동물보호단체와 전 과정 협업을 통해 마라도 길고양이의 구조·검진·보호 작업을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다음달 1일 마라도에서 고양이 구조작업을 시작하고, 다음날인 2일 오전 구조한 고양이를 바지선을 이용해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긴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다음달 2~3일 고양이에 대한 검진을 벌이고, 4일부터는 건강한 고양이부터 순차적으로 임시보호시설에 입소시킨다.
이번 마라도 고양이 구조부터 검진 및 이송, 보호까지 각 과정별로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다.
구조에는 전국단체인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과 제주지역 단체인 ‘혼디도랑’이 함께한다. 검진 및 이송에는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와 ‘혼디도랑’이 참여한다.
보호 과정은 세계자연유산센터에 마련되는 임시보호시설에 입소하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공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단계다. 제주지역 단체인 ‘제주비건', ㈔제제프렌즈, ㈔제주동물권행동NOW, ㈔행복이네협회가 참여한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와 마라도 고양이의 공존방안을 문화재청 및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길고양이를 이송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송되는 고양이는 세계유산본부에서 책임을 갖고 세심하게 보호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연보호구역 마라도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슴새 등 주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는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들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절종위기에 처한 희귀한 철새다. 도서 해안이나 섬 주변 암벽 또는 암초에서 집단으로 번식한다. 번식기간은 2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다. 산란 수는 1~2개로 7~8일 간격으로 낳는다.
지난해 5월 기준 제주 서귀포시가 추산한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110여 마리다. 당초 주민들이 쥐를 잡으려고 섬에 들여왔지만, 개체 수가 크게 늘면서 뿔쇠오리 등 야생 조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해마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다고 전했다.
지난 24일에는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체는 거의 뼈만 남아있는 상태로 깃털만 일부 붙어있었다. 해당 지역은 이 지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곳이었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오기 시작했는데,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고양이가 먹잇감인 뿔쇠오리 사냥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은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