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거문오름 분화구 인근에 심은 인공 삼나무를 제거하자 제주 고유의 식생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거문오름 일대 삼나무를 정비한 지역이 제주 고유의 식생으로 회복되면서 천연림과 유사해졌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거문오름 식생정비지역과 주변 천연림을 모니터링한 결과 생태환경을 비교하는 종다양도와 종풍부도,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출현종 및 평가점수가 인근 천연림 생태구조와 유사하게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나무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미간벌지는 삼나무에 의한 수관의 우거진 정도가 높아 유입되는 햇빛 감소로 하층 식생발달이 낮아 간벌지 및 천연림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종풍부도의 경우(10점 기준) 천연림이 8.30점이라면 간벌지는 7.89점으로 이외 유사했고, 미간벌지는 3.84점으로 간벌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종다양도 평가(5점 기준)에서도 천연림이 3.42점이라면 간벌지는 3.64점으로 천연림보다 종다양도가 높았고, 미간벌지는 3.21점으로 다소 낮았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출현종을 분석한 결과 천연림 25종 96점, 간벌지 25종 94점에 비해 미간벌지는 14종 48점으로 절반 가량 밖에 되지 않았다.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에 인위적인 조림지의 비율이 높아 제주 고유의 식생을 복원시키고 생물종 다양성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세계자연유산 자문단도 분화구 내 인공림을 100% 제거하고 외곽의 인공림은 70% 간벌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 도는 2016년 거문오름 식생정비사업으로 분화구 외곽지역 삼나무림을 벌채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식생정비 효과를 분석하고 제주도 고유 식생 복원에 대한 과학적인 성과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삼나무의 일반적인 특성과 삼나무 조림역사, 삼나무의 환경성 질환 유발, 생물적 다양성 감소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거문오름 식생정비 방법으로 한 번에 제거하는 개벌의 경우 하층식생에 직사광선이 늘어나 토양건조로 인한 치수발생 저해와 생장장해 현상으로 식물종수와 종 다양성이 줄고, 강우에 의한 토사유출과 자연경관 상 좋은 제거방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일정기간을 두고 여러 차례 조림목을 제거하는 정량간벌에서 변형된 경사방향과 고도방향으로 한 줄씩 제거하는 75% 간벌법을 제안했다. 간벌 시 그루터기를 50㎝정도 남겨 사면경사 침식으로 인한 토사유출을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이 삼나무 정비를 통해 제주 고유의 식생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국비 확충을 통해 내년부터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전체를 대상으로 삼나무 정비를 확대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