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연합뉴스] ](http://www.jnuri.net/data/photos/20221252/art_16720319447886_efddb3.jpg)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 송악산 보전을 위한 연구 용역에서 스카이워크를 건설하는 방안이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 상생 방안 마련' 최종보고서에서 "일출, 일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지점에 관광명소로 전망대를 건설하고 가능하다면 스카이워크를 건설해 랜드마크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제주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스카이워크의 위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송악산 능선 산책로 등에서 주요 조망점 7곳을 찾아내 소개했다.
보고서는 스카이워크 시설에 대해 "송악산 위에서 하늘길과 송악산 앞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마라해양공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바다가 보이는 송악산 능선을 스카이워크 설치 장소로 염두에 뒀다.
또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로 하고 소요예산은 5억원으로 책정했다.
스카이워크는 조망탑을 다리로 연결한 시설로, 전국적으로 경관 명소에 설치되고 있다.
제주연구원은 이번 용역에서 "송악산에서 일출과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에 전망대를 설치해 관광콘텐츠를 강화하고 일몰 후에도 오색 조명 등을 설치해 대정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야시장, 야간 포토존 운영 등 관광객 확대 유인을 위한 야간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맞춤형 관광벨트 조성 연계 추진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상생안이 제주도의 송악산 보존 원칙과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주도는 송악산 개발을 막기 위해 산 주변에 계획된 대규모 시설을 불허하고 개발지역 부지까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입하기로 한 상태다.
김정임 송악산개발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반이 약한 곳으로, 중장비가 동원되는 약간의 공사에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질학적, 경관적 보존 가치가 큰 송악산에는 어떤 시설물도 있어선 안 되고 현재 도보 길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송악산은 보호가 절실한 곳인데 뜬금없이 송악산 정상 부근에 전망대와 스카이워크를 설치하겠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송악산 자체에 부하를 주는 관광개발 공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제주도의 특수성을 망각한 것과 다름없다"며 "게다가 스카이워크 시설은 송악산에 있는 그대로의 경관을 훼손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송악산=해발 104m에 불과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정평이 난 산이다. 120만년이란 형성사를 간직한 제주도에서 이 산은 고작 4000~5000년 전에 분출해 만들어졌다. 그것도 바닷속에서 화산폭발이 이뤄져 제주 본섬과 몸을 합치더니 중심부의 2차 화산활동으로 ‘분화구 안에 분화구’를 갖춘 이중분화구 구조가 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이자 ‘한반도 최근세 화산’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산활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화산지질학 교과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산은 역사의 생채기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안절벽지대엔 15개의 인공동굴이 뻥뻥 뚫려 있고, 곳곳마다 참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40년대 초 일본군이 ‘태평양 결(決) 7호 작전’이란 이름 아래 요새화에 나선 결과다. 해안포 진지였던 인공동굴은 미군함대를 향해 포탄을 안고 육탄돌진할 가미가제(神風)식 어뢰정의 은폐장소이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일본군은 미군의 상륙루트를 이곳으로 봤고, 7만 명의 병력을 제주도에 주둔시킬 정도였다. 물론 송악산의 배후지인 드넓은 벌판 ‘알뜨르’엔 공군기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알뜨르엔 일제의 지하벙커·관제탑의 흔적이 남아 있고, 1m 두께가 넘는 콘크리트 항공기 격납고 23기가 널려 있다. 한국전쟁 무렵 국군의 양성소인 ‘육군 제1훈련소’가 있던 자리도 송악산 지척이다. 지금 대한민국 해병대 1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자리가 그곳이다.
![악산 절벽지대에 파인 인공 진지동굴. 일제하 태평양 결7호 작전의 유적이다. [제이누리 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21252/art_16720319732985_3fd497.jpg)
송악산 부근 섯알오름은 학살의 장소이기도 했다. 4·3사건의 광풍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불었던 살육의 피바람은 이 산 언저리를 또 선택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총살을 당하고 파묻힌 곳이 또 그곳이다.
그 험한 세월을 보낸 송악산이 아예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를 처음 겪게 된 시기는 1999년이다. 1999년 12월 말 이 산의 분화구지대를 사실상 갈아 엎는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제주도가 승인해줬고, 대한지질학회 등 학계와 환경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인 끝에 수년 만에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송악산은 2010년 의도치 못한 '올레 걷기' 열풍의 무대가 됐다. 당시 산 정상까지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산 정상부는 맨땅을 드러냈고, 풀 조차 보기 어려울 지경에 몰렸다. 화산재 흙은 산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고, 곳곳에서 뿌리를 드러낸 나무도 쉽게 만날 정도였다. 급기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나서 올레코스를 바꾸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정상부 출입금지’란 형식으로 그 자연은 다시 보호되는 듯 했다.
송악산은 2010년 또 우근민 도정을 거치면서 중국자본 개발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다시 들고 일어섰고,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지역개발의 문제를 지적함과 아울러 그 비경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다는 '경관 사유화' 논리를 주장했다. 결국 제주도는 송악산 유원지 개발계획을 철회, 보존방안을 강구하기로 하고 사유지 매입 수순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