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뉴스=이경윤 기자] 청도 성수월 마을에는 이상하게 생긴 철가방이 불쑥 솟아 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짜장면, 52m의 소주병, 노란무, 고춧가루, 식초병이 입체 양각된 철가방극장은 코미디 전용극장이다.
객석은 40석밖에 안되지만 매회 공연은 매진이다.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흥겨운 공연을 펼친다. 철가방의 문의 열리듯 무대 뒤쪽의 문이 열리면 밖이 훤히 내다보이고 앞쪽의 성곡댐과 호수가 펼쳐진다.
물방울이 튀기도 하고 배우들이 물을 맞기도 한다. 지금 CGV극장이 4D영화관이라면 철가방 극장은 4D공연장인 셈이다.
공연시간 1시간 30분동안 배꼽이 빠져라 웃다가 눈물까지 나기도 한다. 청도군 특산물 매상에 앞장서기도 한다. 공연 중에 청도 반시 초컬릿등을 파는 것, 기분좋게 사주는 사람도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웃으러 와서 화내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워낙 입장료가 싸기 때문이다. 일인당 자장면 한그릇 값인 4500원에 1시간 30분 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니,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누군가 "자장면도 주냐?"고 물어보았나 보다. 홈페이지에는 ‘가격이 같다는 것이지, 자장면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분명하게 씌어있다.
철가방극장에서 공연을 펼치는 코미디언들은 개그맨 전유성이 후진들을 키우기 위해 만든 코미디 시장 2기생들이다.
코미디 시장 1기생들은 2001년에 전유성씨가 인터넷을 통해 개그 지망생들을 모집하면서 처음 결성됐다.
후원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무료교육을 받고 있던 지망생들은 전유성씨의 사비와 동료 개그맨들의 도움으로 20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때 수료한 20명의 개그맨들 중 일부는 현재 TV에 출연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후 7년이 지난 2010년 코미디시장은 2기를 모집했다. 역시 전유성씨 사비로 운영되었다. 철가방극장은 청도군의 도움으로 지난 해 5월 20일 오픈했고 코미디시장 2기생들의 주요 무대가 되면서 청도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현재 철가방극장 무대에 서는 코미디 시장 2기생들 중 2~3년 후 제 2의 신봉선, 박휘순이 나올 것 같다. 미리 사인을 받아둘 걸 그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