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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6%대 물가상승기의 전기요금 인상

전기요금이 7월부터 ㎾h당 5원 인상됐다. 월 307㎾h 전력을 쓰는 가정에서 1535원 더 내야 한다. 도시가스 요금도 가구당 월 2220원 오른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지율을 의식해 공공요금을 억눌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탈원전 정책 부작용이 겹쳐 더 이상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결과다.

더구나 전기·가스 요금은 이번 인상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요금이 ㎾h당 33.6원은 올라야 지금까지 오른 연료비를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요금도 오는 10월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오랫동안 제기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2013년 이후 전기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폐쇄하거나 가동률을 떨어뜨렸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고, 이는 한전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자 전기요금을 잇달아 올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막판인 지난해 말에야 전기요금 인상 시점을 대선 이후인 4월과 10월로 정하며 요금인상 부담을 현 정부로 넘겼다.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면서 한전의 적자는 불어났다. 

한전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선 1분기에만 7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은 연료비를 반영해 오르는 반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그대로이니 팔면 팔수록 밑졌다. 이 상태로 두면 올해 연간 20조~30조원 적자가 날 상황이었다.

 

한전과 정부는 당초 3분기에 3원 올리고, 4분기에 2원 추가 인상하려다가 한꺼번에 5원을 올렸다. 분기에 ㎾h당 ±3원, 연간 ±5원을 넘지 않도록 한 연료비 연동제 규정을 바꿨다. 한전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사업 축소 등 6조원 규모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정승일 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해 성과급을 반납했다. 처·실장급 간부들도 성과급의 절반을 반납했다. 

한전으로선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2000억~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기를 살 돈이 없어 외상으로 구매한 뒤 회사채를 발행해 막는 비정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연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판에 이 정도 요금인상으로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올여름 6%대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는 시점에 올려야 했는지는 되새겨봐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6~8월에 6%대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대 물가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이다. 

전기에너지는 생산과 서비스 활동의 원동력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섣불리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비싼 천연가스 발전을 늘린 에너지 정책 실패도 바로잡아야 한다. 탄소중립과 이를 위한 에너지 전환이 시대적 과제인 만큼 요금의 현실화를 통한 전력 수요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초우량 기업 한전이 어쩌다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나. 원가보다 싸게 파는 비정상 구조를 정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유가 등 연료비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만들어 놓고도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제도를 무력화했다.

그 결과, 한전 적자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대로 증가하면서 세계 3위가 됐다. 

한전의 경영 방식도 확 달라져야 한다. 적자가 커지면 정부가 요금을 올려주거나 세금으로 메워 줄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한 경영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장과 경영진, 간부들 400여명이 성과급을 반납했다지만, 6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받은 사실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경영진의 성과급 반납을 넘어 조직·인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오늘 할 일을 미루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독毒으로 돌아오고, 국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의 정치화’를 막으려면 연료비 연동제 취지를 살리고, 정부·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전문가 조직에 요금 결정 권한을 맡길 필요가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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