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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열전]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 ...'탄소나노튜브 섬유' 활용 완제품 세계 첫 상용화

3년 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세계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로의 전환과 함께 또다른 선포를 했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후인 2019년과 2020년 사이 세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7.7㎍/㎥에서 27.5㎍/㎥로 미세하게 낮아졌다. 세계 경제활동 위축 등의 영향이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기를 맞아 이동 제한과 봉쇄가 풀렸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가 한 청년 사업가를 주목하고 있다. '꿈의 신소재'로 꼽히는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응용한 완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다. 

 

김세훈(46) 어썸레이 대표.

 

제주에 뿌리를 둔 그는 미세먼지 '0'을 목표로 전 세계를 향해 무대를 넓히고 있다. 

 

김 대표의 ‘어썸레이’는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술과 이 실을 적용한 X선 발생장치로 공기정화기 등을 만드는 상용화 기술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스타트업이다. 나노 소재를 전공한 다섯 명의 서울대 박사와 20년 이상 X선 장비 제조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이뤄졌다.

 

공조, 환기장치에 부착해 실내 공기중에 있는 미세먼지, 세균, 바이러스를 없애는 공기살균정화장치인 ‘에어썸(Airxome)‘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어썸레이가 초소형 엑스레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건물 공조용 스마트 환기장치는 코트라, 삼성물산, 디캠프 등 20여개 건물이 설치했고, 지금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2018년 첫 발을 뗀 ‘어썸레이’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창업 직후 완제품이 나오지 않은 단계에서만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등으로부터 22억원을 투자받았다. 창업 3년차인 2020년에는 환경부의 그린뉴딜 유망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장수이자 최대 규모 환경전시회인 '국제환경 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엔벡스 2022)'에서 독보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미국, 중국, 유럽 등 16개국 44개 해외기업을 포함한 267개 국내외 기업이 집합한 전시공간 598곳 중 단 세 곳을 선정해 방문했다. 그 중 한 곳이 스마트공기살균·정화모듈 ‘에어썸’을 출품한 어썸레이 부스다. 

 

김 대표는 이런 성과들에 대해 “회사의 진짜 실력은 원천기술에서 드러난다”면서 “서비스 아이디어만 갖고 하는 창업이 아닌 원천기술이 확실한 상태에서 창업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원천기술’은 자신의 전공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30여년 전 그는 수학과 과학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중학생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준 한성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등학생 시절 내내 수학과 과학 공부와 실험을 정말 마음껏 했다.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막연한 과학자의 꿈이 공학자로 좀 더 구체화되었던 시기였다. 현실에 바로 쓰일 수 있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서울대 공과대학 섬유고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전공이 정말 좋아서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받는 삼성전자 산학 장학생 신분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서 '전공과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미련 없이 지원받은 5000만원을 반납했다. 그만큼 전공에 진심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객기를 부린 시기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첫 창업의 맛을 본 대학교 3학년 학부생 때다. IT 창업이 유행이었던 닷컴버블의 시대였다. 김 대표는 “튀어보이고 싶다는 패기로 창업을 했던 것 같다. 다들 학생인데 나는 사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라고 회상했다. 구제금융(IMF) 위기때 타격을 받았던 집안 사정이 그런 생각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 같기도 하다.

 

유유상종이라고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마침 지도교수가 창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해줬다. 바로 삼성자동차에 시스템을 납품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삼성자동차의 부도와 함께 그 아이템은 막을 내렸다.

 

졸업과 동시에 두 번째 창업을 했다. LG화학 등에 기술컨설팅을 제공하는 1인기업 GIHM LAB(김 랩)이다. 탄소 섬유 엑스레이를 활용해 분석하는 일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나 LG 등에 공급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성장에 한계를 느껴 결국 폐업했다.

 

2013년에는 고등학교 동창 4명과 의기투합해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플랫폼 기업 '비트루브'로 세 번째 창업을 했다. 고등학생이 수학 모의고사 결과를 입력하면 약점을 찾아 최적화된 문제를 보내주는 솔루션이었다. 토익 등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면서 꽤 자리도 잡았다. 4년 동안 투자와 전략을 담당하며 실제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역시 한계가 찾아왔다. 전공을 활용한 일을 하고 싶었다. 앞서 기술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면서 확실히 느낀 점이 있었다. 회사의 진짜 실력은 원천 기술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전공을 살린 기술로 창업을 한 대표사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2018년, 서울대의 같은 연구실에서 함께 해당 소재를 연구했던 선.후배와 함께 ‘어썸레이’를 창업했다.

 

‘어썸레이’의 주력 소재인 탄소나노튜브는 20여년 전 세상에 나왔었지만 사업화에 실패한 소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탄소나노튜브를 섬유화해 부품으로 쓰일 수 있게 했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로 판매용 제품까지 만든 첫 번째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제조 스타트업으로서 3년 만에 수출까지 해냈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와 함께 스타트업이 빠르게 수출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공헌형 쇼케이스'라는 플랫폼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를 동시에 제거하는 최초의 설비로 코로나 팬데믹에 보기 드문 코로나 수혜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야르시(Yarsi) 병원에 스마트 공기살균·청정장치를 공급하며 첫 수출에 성공했는데, 이 성과로 지난달 22~24일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디지털 전환(DX)과 민관협력' 워크숍에서 관련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썸레이' 본사는 경기도 안양에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무실에 온전히 앉아있는 날이 거의 없다. 특히 올 연초에는 업무 차 미국과 두바이를 연달아 다니면서 지난 1월엔 PCR 검사만 거의 20차례 가까이 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일들이 밀려서 한 때 하루 4~5건의 미팅을 하기도 했다.

 

제주 등 지방출장도 잦다보니 오히려 일을 시작하고부터 제주를 더 자주 오가게 됐다. 제주는 제주출신인 아버지 덕분에 어린시절 추억이 쌓인 곳이다. 특히 그가 대학원에 들어간 후 부모님께서 다시 제주로 내려오셔서 더 왕래가 잦아졌다. 김 대표도 지난해 제주시에 작은 집을 하나 얻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받은 것을 돌려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썸레이의 캐치프레이즈는 'we make it a better place(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Heal the World’의 한 구절이다. 어썸레이의 제품은 병원,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취약 계층이 사용하는 시설에 최우선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는 “개인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분명히 다른 사람과 사회에서 받은 것들이 있다. 여유가 생길 때 돌려주는 것보다는 받고 돌려주는 걸 함께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로 가세가 크게 기울면서 경제적인 독립을 또래보다 일찍 하게 됐다. 학부생 시절이었다. 당시 아버지께서 하시던 사업이 큰 타격을 입고, 소위 집안이 쫄딱 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김 대표가 창업 전선에 비교적 일찍 뛰어든 계기 중 하나였다. 금전적인 문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제약이 있던 때였다.

 

하지만 연구원과 스타트업 대표, 학원 강사까지 ‘쓰리잡’을 뛰면서 5억원의 빚이 '0'이 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돈을 모으는 것 보다는 그 돈을 필요한 다른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굿네이버스였던 것 같다.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누적 1억원 이상 기부로 아너소사이어티 멤버에 등록되기도 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재능기부도 알게 돼 ‘10월의 하늘’이라는 과학강연 기부도 시작했다. 1년에 한번씩 지방 소도시의 도서관에 가서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그 아이들의 눈을 한 번이라도 보면 그만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외에도 서울대 공대 대학원에서 6년째 '연구자를 위한 기술사업화'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 시간도 없다면서 굳이 그걸 해야겠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김 대표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학교 연구실의 기술이 실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사업화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성공한 사업가 중 서울대 출신은 많다. 하지만 서울대의 기술로 사업화에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김 대표는 그래서 지금도 강의 뿐만 아니라 서울대 산단에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도 관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생각과 의지만으로는 힘들고, 제 말과 행동이 힘을 받으려면 어썸레이가 잘 돼야 한다”고 웃었다.

 

‘어썸레이’는 향후 차세대 그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을 향해 고속질주하고 있다. 2024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술특례 상장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는 엑스레이 광원을 만들어내는 기술 플랫폼 회사로 자리잡고 싶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자동차로 따지자면 현재는 트럭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승용차, 스포츠카 등 모든 종류의 차에 들어가는 엔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면서 “아직 사업화 이전이지만 해수처리용 광원, 산업검사용 광원, 의료 영상용 광원, 의료 치료기기용 광원 등에 대한 기초 테스트는 진행되고 있다”고 지치지 않는 포부를 드러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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