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온주밀감(Mandarine Orange) 시대를 열었던 제주감귤의 ‘원조’인 제주 최초 온주밀감나무가 영구보존의 길에 들어갔다.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해 고사된 나무는 영구보전을 위해 약품처리 됐고, 이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5일 서홍동주민자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주최초의 온주밀감 나무인 ‘미장온주’가 지난 4월4일 결국 고사 판정을 받았다.
서홍동주민자치위는 이 미장온주가 있던 자리에 제주 최초의 온주감귤 기원지를 기념하기 위한 표지석을 세우고 지난 4일 오후 1시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제막식 행사에는 양윤경 서귀포시장과 강시백 교육의원, 오경수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양광순 제주감귤박람회 조직위원장, 현영택 서귀포농협조합장, 오형욱 서귀포산림조합장 등을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미장온주’는 1911년 프랑스 출신 신부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Esmile J. Taquet, 한국명 엄탁가) 신부가 일본의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받은 14그루의 온주밀감 나무 중 하나였다.
타케 신부는 당시 지금 면형의 집 자리에 있었던 홍로성당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13그루가 죽고 단 한 그루만 제주 온주밀감의 시초로서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 나무를 포함, 14그루의 감귤나무는 현재 제주감귤의 기반이었다.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해 이 ‘미장온주’는 서홍동에서 ‘서홍8경’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미장온주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3년 전쯤부터다. 줄기와 잎들이 마르는 등의 현상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령으로 인해 뿌리가 땅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해 가지에도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짐작됐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한 부분을 도려내는 등의 수술을 벌이고 연고를 바르는 등의 조치를 했다. 서홍동 마을회 차원에서도 어린 나무를 근처에 심어 뿌리 접붙이기 등의 시도를 했다.
감귤박물관측에서도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나무는 결국 지난 4월 운명을 달리했다.
이 미장온주의 고사는 나무의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귤박물관 관계자는 “밀감나무는 길게는 300년을 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00년 정도를 산다”며 “이 ‘미장온주’의 경우도 1900년대 초 묘목 상태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100년을 넘게 산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세기를 넘게 생육하며 제주감귤의 상징이 됐던 이 미장온주는 고사목이 된 후 면형의 집 김선규 수사 등의 작업과 특수 약품저치를 통해 면형의 집 성당 내부에 '홍로의 맥'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 영구보존하게 됐다.
또 본래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기념비가 들어섰다.
이번 제막식을 주관한 강상주 서홍동주민자치위원장은 “제주감귤의 역사적 상징인 감귤시원지 보존과 고사목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면형의 집 김 수사의 헌신과 제주개발공사의 관심으로 기념표지석 건립과 고사목 영구보존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윤경 시장은 “오늘을 계기로 제주의 상징인 감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우리 지역은 감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감귤산업을 잘 지켜나가자”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