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현광식(56) 전 제주도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1월 구속이후 4개월여만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권 판사)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광식 전 제주도 비서실장과 조모(60)씨 대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조씨에 대해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950만원을 선고했다.
현씨와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전 실장의 중학교 동창인 건설업자 고모씨(57)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1월21일 ‘원희룡 최측근 “용돈 좀 줘라” 건설업자, 캠프 인사에 2750만원 전달’이라는 기사를 통해 현 전 실장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현 전 실장은 중학교 동창인 건설업자 고모(56)씨를 통해 조씨에게 11개월간 매달 250만원을 지원했다. 모두 2750만원이다. 이를 두고 ‘오마이뉴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씨는 또 지난해 12월1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750만원을 받은 것은 원희룡 도정에 부역하면서 받은 대가성의 돈”이라고 '셀프뇌물' 의혹을 제기했다. 조씨는 2014년 이벤트 업자에게 공무원과 친분을 내세우며 사업 수주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업자에게 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현 전 실장과 건설업자 고씨 등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5개월여간 관련자 40여명을 대상으로 50회에 달하는 직접 조사를 벌였다. 제주지역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인천과 춘천 등 뭍지방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검찰은 "제3자 뇌물수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며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현 전 실장이 고씨를 통해 조씨에게 건넨 2750만원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판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 역시 이 275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10일 현 전 실장에 대해 “현씨의 경우 전 도청 비서실장 위치 등에 비춰 정치활동을 하는 자라고 봐야 한다. 또 현씨의 업무 역시 정치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에게 보답차원에서 직장을 약속하고 매월 250만원을 줬다”며 “이를 정치활동 자금으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현씨와 조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현씨를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규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서실장이었던 현씨는 당시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도지사는 정치활동이 허용된다. 현씨는 비서실장으로서 도지사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성격의 일을 해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씨가 고씨를 통해 조씨에게 건낸 2750만원 역시 정치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현씨와 조씨가 반성을 하고 있고 동종전과가 없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은 양형이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현씨와 조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고씨에 대해서는 “조씨에게 제공한 금액을 고씨가 정치자금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