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의 대안으로 제주공항의 단기확충 공사만으로도 3000만명이 넘는 탑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기존 제주공항 보조활주로 연장만으로도 4400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2공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 자리에서다.
제주 제2공항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제2공항의 대안을 말한다’ 토론회가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주최로 24일 오후 2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박찬식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공동대표가 맡았다.
박 공동대표는 먼저 “성산 제2공항 건설 강행은 재앙과 다름없다”며 그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 입지평가에 의혹이 있으며 이 의혹이 사전타당성 재조사 용역 과정에서 오히려 증폭됐다는 점, 그 밖에 검토 및 평가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대안 검토의 필요성으로 장기화되는 갈등을 해결해야한다는 점, 제2공항 부지 주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 도민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박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현재 도민사회의 의견은 세 가지로 나눠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확장 없이 지금 공항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 △관광개발은 필요하지 않지만 현 제주공항의 확충은 필요하다는 입장 △재주 발전을 위해 제2공항을 건설하고 관광개발을 더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음을 전했다.
박 공동대표 발제의 핵심은 이 중 현 제주공항의 일부 확장을 통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항 이용객 수용능력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박 공동대표에 따르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제주공항의 단기 확충공사가 마무리되면 활주로에서 연간 약 18만9000회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항공기 대형화 유도로 항공기 한 대당 탑승객 수를 200명으로 늘릴 경우 연간 이용객은 3800만명까지 늘어난다.
또 관광객 수 일부 증가와 쾌적한 공항 이용을 고려,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를 바다 방면으로 연장한다던가 기존 활주로에 근접한 평행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연간 이용객 4400만명에서 4800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공동대표는 현재 공항을 확장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장점으로 주민 강제이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대규모 농지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보조활주로를 연장하고 이륙전용으로 사용할시 소음피해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문제점으로는 제주시 교통문제와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교통난의 경우는 대중교통 및 렌트카를 이용한 별도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역 불균형은 농업 살리기와 생활 인프라 확충 등으로 해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공동대표가 기존 공항 확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방청객 중 한 사람이 일어나 “공항 확충이 어느 공항을 말하는 것이냐”며 끼어들었다. 용담동에 거주하는 고충민 제주공항 소음피해 대책위원장이었다.
박 공동대표가 “현 제주공항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변하자 고 위원장은 “왜 제주공항을 확장하려는 것이냐”며 “우리 삶의 터전과 생존권을 저해하는 어떤 행위도 규탄한다. 제주공항을 이 문제에 결부시키지 말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용담동 주민 50여명이 방청객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고 위원장이 “현 제주공항 확충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자 목소리를 모았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이 토론회 주최측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토론회가 한 때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우리는 수십년 동안 소음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고 살아왔다”며 “우리는 제2공항과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24일)은 하루에 비행기가 473편이 뜨고 내린다”며 “2022년이 되면 673대가 뜨고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상 30초 당 한 대가 뜨고 내리는 것이다.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상대방이 듣지 못할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러분이 제2공항을 반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권이나 삶의 터전은 건들지 말라. 공항활주로가 확대되면 공항 주변 마을이 다 죽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용담 주민 역시 “현 제주공항의 활용 방안을 결사 반대한다”며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제2공항에 현 제주국제공항을 결부시키지 말라”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그러면서 “허무맹랑한 토론회를 철회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동으로 인해 토론회는 약 30분가량 지연되다 다시 재개됐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