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 남아 있는 쓰레기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쓰레기는 제주에서 나왔는데 피해는 경기도민이 보고 있다”고 말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제주도에서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안창남 의원(무소속, 삼양・봉개동)은 1일 오전 11시20분 제주도의회 의원휴게실에서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와 제주시 간의 압축폐기물 처리 대책 마련 간담회 자리를 통해 “평택항에 있는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발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공식적인 사과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는 먼저 고희범 제주시장의 지금까지의 경과보고로 시작됐다.
고 시장에 따르면 2017년 1월13일 제주북부소각장을 위탁운영하던 한불에너지와 한불에너지로부터 압축폐기물 처리 위탁을 받은 평택시 A업체는 압축폐기물 2712t을 필리핀 세부항으로 운송했으나 하역거부로 압축폐기물은 반송됐다.
반송된 폐기물은 2017년 5월에서 6월 사이 평택항에 다시 돌아왔고 이 2712t 중 832t이 지난해 1월에서 2월 사이 소각처리됐다. 남은 1880여t의 압축폐기물은 국내 다른 지역의 폐기물 3220t과 함께 필리핀 민다나오로 재수출됐다.
이후 지난 2월까지 평택항으로 수천t의 쓰레기가 재반입됐지만 이 재반입 쓰레기 중 제주산 쓰레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시장은 “지난 3월27일 평택시와 평택항만관리소, 평택세관 담당자들과 함께 평택항 현지를 확인했다”며 “195개의 쓰레기 컨테이너 중 8개를 표본조사했다. 그 결과 제주시에서 나온 쓰레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고 시장은 또 “한강유역청이 필리핀 민다나오 현지에 가서 확인한 바 제주시 반출 폐기물은 민다나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경기도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산 압축 폐기물 등이 포함된 쓰레기 3394t이 평택항에 반입됐다”며 “도는 지난 19일 환경부와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를 했다. 정확한 제주도산 폐기물 양을 파악한 뒤 해당부분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와 제주시가 함께 평택항에 제주산 쓰레기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다음달 경기도청이 평택항 쓰레기에 대해 제주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같은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킨 압축폐기물이 경기도 평택항으로 돌아왔다”며 “이중 상당량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쓰레기라는 보도가 뒤따랐다.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택항 쓰레기는 우선 처리하고 제주도산 압축폐기물 처리비용은 제주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창남 의원은 이에 대해 고희범 시장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사실 확인도 안된 것을 가지고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고희범 시장은 경기도의 보도자료와 관련해 항의공문을 보냈음을 전하며 “항의 공문에는 정정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과 제주도 및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는 것까지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연호 의원(무소속, 표선면) 역시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부분”이라고 비판하며 “항의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 경기지사의 공식적인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고 시장은 이에 대해 “(평택항 쓰레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확인이 되는 것이고 평택시도 확인을 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의원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밖에 제주에서 나온 쓰레기에 대해서는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고 시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동복리 환경자원순환센터가 완공되더라도 쌓인 5만2000여t의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쓰레기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제가되고 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중앙정부와도 잘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