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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 공기업 중심 경제활성화의 로드맵이 궁금하다

 

민선 6기 키워드가 바뀌고 있다. 제주의 현안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도정의 방점이 옮겨가는 느낌이다. 새해 들어 그 의지가 더 강하게 전해온다.

 

지난 2년 가까이 수많은 사람들이 원희룡 지사에게 ‘협치‘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협치’는 여전히 공중부양 중이다. ‘협치‘는 원 지사 스스로도 절반의 실패를 인정할 정도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현장의 다양한 이해주체들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참여하고 협력해서 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협치“라는 것이 가장 최근의 설명이다. 일하는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올해부터는 원 지사에게 ‘협치’ 대신 ‘도민자본’에 대해 캐물어야 한다. 새해 신년사를 들어보고 다양한 회의와 인터뷰 내용을 보니 그 생각이 더욱 확실해 졌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원 지사는 도민사회와 공무원, 공공기관에게 매우 강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었다. 도민자본을 육성하겠다는 메시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공기업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제주개발공사 20주년 혁신선포식’에서 “공기업이 먼저 공공자산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을 쭉 치고 나가면 그 다음 영세한 향토기업들, 그다음 도민주 이런 형태로 도민의 토종자본을 강화하고 확충해 나가는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한 후 도민자본은 원 지사의 단골 소재가 됐다.

 

이후 경제단체 등은 물론 간부공무원들과 도민강연 등에서도 도민자본 육성 의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해가 지날 무렵인 지난달 29일 열린 도정시책공유 간부회의에서는 “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은 도민 중심의 성장과 분배를 위한 중심축”이라며 “제주를 키우고 성장의 과실을 도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공공자원과 도민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 성장을 위한 자본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4일 시무식에서 ‘도민자본’은 제주도정의 주요 키워드 위치를 차지한 듯 싶다.

 

원 지사는 2016년 새해 도정과제로 도민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두 번째로 꼽았다. 내용인 즉, “본격적으로 도민자본을 키워 나가기 위해 도민참여의 개발, 도민주체 개발을 시작하고 물, 바람, 경관, 전력 등 공공재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도민과 나누는 일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한해 제주 공기업은 전성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육상.해상 풍력사업의 주시행자로 지정됐다. 풍력사업지구 신청은 에너지공사만 할 수 있게 됐다. 제주관광공사도 도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시내 면세점 사업자는 물론 제주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위상을 한껏 높였다. 제주개발공사도 탄산수개발사업에 나서고 공공주도 주택정책을 적극 떠맡도록 했다.

 

 

제주 경제를 공기업 삼두(三頭)마차가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모양새다. 공공재를 사업화하는데 공기업이 앞장서고 여기에 향후 토착 향토자본을 참가시켜 도민자본화 하겠다는 논리다.

 

이같은 경제활성화 방향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 생략된 느낌이다.

 

우선 도내 공기업들이 민간기업과 같은 시장경쟁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공기업은 안정성, 공공자산 접근성과 시장의 경쟁논리를 융합시키는 모델이다. 잘 되면 좋지만 조직의 무사안일과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 채 경쟁력을 상실하면 최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교롭게도 최악의 경우가 대다수다. 늘 개혁의 대상이 되어왔지 경쟁을 이끌고 성과를 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이 와중에 제주도의 경제모델을 공기업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싱가폴의 성공한 공기업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라면 너무 이상적이다.

 

그 전에 공기업 조직과 문화에 대한 철저한 혁신과 재편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성과에 따라 보상과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방만경영으로 점철된 여타 공기업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란 법이 없다.

 

3개 공기업 수장의 신년사를 살펴봤다. 도민기업이나 향토자본에 대한 도정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궁금했다. 도민자본에 대한 연관성 부분을 찾아보면 이렇다.

 

제주도개발공사 = “공사이익의 50%를 제주도 이익배당과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도민사회에 환원해 도민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

 

제주에너지공사 = “도민들에게 효율적인 이익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

 

제주관광공사 = “관광객과 도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줄 아는 ‘도민의 공기업’이 될 것.”

 

신년사라는게 덕담과 조직의 향후 역할을 모나지 않게 표현하는 글이긴 하다. 그러나 그 조직이 올해 어느 정도 촉을 세웠느냐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공기업 수장의 신년사를 보면서 도민자본의 형성이라는 방향에 부응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이 안 된다.

 

다른 한가지. 도민자본의 형성과 진행에 대한 구체인 로드맵이 없다.

 

그동안 도민자본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공기업의 활성화가 어떻게 도민자본으로 축적돼 제주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연결되는지 불분명하다. 일자리 창출이 도민자본을 뜻하지는 않는다.

 

도민자본의 형성이 지역 토호들의 규모를 키우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도 밝혀야 한다. 도민자본이라는 이름하에 지역 토호를 비롯한 일부 기업체들의 규모만 커져 간다면 그것은 허울뿐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불과할 뿐이다.

 

권력의 특혜로 급성장한 한국 대기업을 국민자본이라고 하지 않는다. 도민자본 역시 제주도민과 무관하게 돌아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한 제주항공이 애경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보다 제주도민의 기업이라고 체감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더구나 제주도는 오래 전 제주컨벤션센터를 통해 도민주의 처절한 실패경험을 갖고 있다.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이 와중에 ‘도민자본’이라는 개념이 자칫 옛 도민주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을 충분한 개연성 역시 갖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표주자 역할을 할 공기업이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혁신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담당하기를 바란다.

 

제주경제의 비전으로 제시되는 ‘도민자본‘ 형성이 성공해 ’협치‘처럼 공중부양 상태로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그 전에 도민자본 형성이라는 정책의 실체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말의 성찬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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