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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블랙홀로 빠져드는 제주의 이슈 ... 투명성으로 극복해야

 

제주도에 제주의 제2공항은 '화이트홀'이다.

블랙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모든 요소를 빨아들인다.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 밖으로 새지 않는다.

 

제2공항이 발표된 지 며칠만에 제2공항은 제주도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현존하는 제주도의 모든 현안들이 제2공항과 연결되는 모양새다. 25년간 끌어왔던 이슈이기도 하지만 제주가 섬 이외의 지역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를 확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도가 채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외부의 자본과 개발이슈 등이 무분별하게 밀려들어 기존 제주와 새로운 제주의 혼재시대를 겪어 왔다면 제주 제2공항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창구를 본격적으로 오픈하겠다는 점에서 제주에게는 큰 도전이자 시련이 될 수도 있다.

올들어 원 지사는 제주항 개발과 제주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제2공항이라는 커다란 포석을 뒀다.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지금 내릴 때는 아니지만 크루즈 등 뱃길 손님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이겠다는 입장과 함께 25년간 떠돌던 지역 최대 현안을 일단 땅으로 내려 앉혔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문제는 제주 제2공항과 더불어 만나게 될 다양한 이슈들이다. 그동안 제주가 받아들였던 개발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원 지사가 어떤 내부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지난해 제2공항 착수를 전제로 한 용역을 진행해 중앙정부와 협상을 했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발빠르게 용역결과를 발표하게 만들었다.

또 마치 신출귀몰하듯 주민설명회는 물론 종합대책본부 운영, 중앙정부 지원을 위한 중앙정부 방문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 지사는 제2공항 확정 부지 발표가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공중에 떠다니던 '신공항'이라는 주제를 현실로 끌어내리면 공교롭게도 꿈에 부풀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아는 듯 보인다.

사실 얼핏 생각해 봐도 10여년이라는 개항까지의 기간 동안 제주의 모든 중요 현안은 제2공항으로 들러붙게 된다. 부지 선정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곧 다양한 혼란의 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제주에서 가장 큰 개발 현장이 될 것이다. 공항은 일반적인 관광투자지구가 형성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효과를 갖는다.

공항개발은 토목.건축만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 파급력이 훨씬 크다.

당장 원 지사는 공항의 배후지를 에어시티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공항을 24시간 운영하고 공항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상업지역을 형성해 소음피해를 벗어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제주도에 신도시를 하나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것도 공항복합도시이기에 단순한 택지를 만드는 베드타운과는 다소 다른 의미가 있다. 이 에어시티는 주변의 관광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새로운 관광단지가 하나 더 생기는 이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으로 이 지역은 외부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는 중요한 유인책이 돼 명실상부한 첨단산업이 결부된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의 송도 신도시가 위치상의 애매한 점에도 불구하고 자유경제지역으로 규모를 확대해 가는 것도 인천공항이 가깝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동안 외부기업들이 서귀포 지역에 비해 제주시에 몰리는 이유 역시 공항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언제든지 육지로 날아가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제주도의 환경과 관광에 대한 기대치가 서귀포에 더 강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내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 배후도시가 형성되면 제주에는 새로운 축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그것은 기존 도시의 확장과 같은 신제주나 서귀포 혁신도시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또 영어교육도시나 신화역사공원 같은 목적형 단지와도 다르다.

추가로 교통문제는 제주 동부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 자명하다. 기존공항과 제2공항을 연결하는 핫라인이 요구됨은 너무나 명확한 일이기 때문이다. 관광의 중심지역이 될 가능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제2공항은 공항인프라 확충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의 지각변동이자 모든 현안이 다 빨려들어가는 입구가 되는 셈이다.

원 지사는 1년이 넘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도내에서 최대 관심사가 된 모든 개발 사업과 이슈는 공교롭게도 원 지사의 의지로 시작된 것은 전혀 없다.  많은 부분에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전임이 저질러온 이슈에 대해 설거지만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함께 들린다.

그래서 인지 제2공항에 대한 원 지사의 행동과 반응은 이전의 어떤 이슈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발빠른 행보와 함께 앞으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투명성이다.

 

빛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경계면 안쪽에서는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해 시간과 공간이 잘 정의되지 않고 물리학의 법직도 명확해지지 않는다.

지평선을 보면 지평선 위쪽의 물체는 볼 수 있지만 지평선 아래쪽은 볼 수 없듯이 이를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르고 블랙홀의 표면으로 인식된다. 그 안쪽은 보이지도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또 블랙홀로 흡수된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나온다. 그 출구가 화이트홀이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과 빛 등은 출구인 화이트홀을 통해 빠져나간다.

10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언급했든 주민들이 공항부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고 그로 인해 주민 의견을 무시한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물론 결정과정에서 투기나 외부 영향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상처로 남아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가  이곳에서 되풀이 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제 제2공항은 제주의 블랙홀이 아니라 모든 현안과 결과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원 지사에게는 '화이트홀'이다. 그 화이트홀이 되는 과정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제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자 하는 포부가 사상누각이 된다.

 

원 지사의 화이트홀이 사뭇 기다려진다.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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