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이중화산체 구조로 유명한 송악산이 잠시나마 휴식의 길을 찾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10일 서귀포 모슬포 송악산 현장에서 도립공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송악산 정상 휴식년제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도는 송악산이 최근 몇 년 동안 송악산 탐방객 증가와 말·염소 등의 방목으로 정상부분의 심각한 훼손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송악산 정상 휴식년제(출입통제)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6일까지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도립공원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이 송악산을 직접 탐방, 훼손상황을 살펴보고 휴식년제 여부를 최종 심의결정하게 된다.
도는 이 위원회를 위해 지역주민·환경단체·오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출입통제 여부·사유·복원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
하지만 위원들도 송악산 정상 훼손정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날 도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은 휴식년제 도입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송악산은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기 전인 1999년 9월 마라·해양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가 특별자치도가 된 후인 2008년 9월 마라·해양도립공원으로 변경지정됐다.
송악산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있는 높이 104m, 둘레 3115m, 면적 58만5982㎡의 기생화산섬이다. 꼭대기에 있는 2중 분화구 중 제1분화구는 지름 약 500m, 둘레 약 1.7㎞이고 제2분화구는 제1분화구 안에 있는 화구로서 둘레 약 400m, 깊이 69m로 거의 수직으로 경사져 있다.
정상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고, 산 아래 바닷가에서는 감성돔 벵에돔·다금바리 등이 많이 잡혀 제주도의 관광명소로 꼽힌다.
문순영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도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이 송악산 정상을 직접 보면 정상일대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고 느끼실 것"이라며 "출입통제 하기로 결정이 되면 공고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송악산 정상일대 생태복원계획 마련과 안전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
☞송악산=해발 104m에 불과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정평이 난 산이다. 120만년이란 형성사를 간직한 제주도에서 이 산은 고작 4000~5000년 전에 분출해 만들어졌다. 그것도 바닷속에서 화산폭발이 이뤄져 제주 본 섬과 몸을 합치더니 중심부의 2차 화산활동으로 ‘분화구 안에 분화구’를 갖춘 이중분화구 구조가 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이자 ‘한반도 최근세 화산’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산활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화산지질학 교과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산은 역사의 생채기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안절벽지대엔 15개의 인공동굴이 뻥뻥 뚫려 있고, 곳곳마다 참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40년대 초 일본군이 ‘태평양 결(決) 7호 작전’이란 이름 아래 요새화에 나선 결과다. 해안포 진지였던 인공동굴은 미군함대를 향해 포탄을 안고 육탄돌진할 가미가제(神風)식 어뢰정의 은폐장소이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일본군은 미군의 상륙루트를 이곳으로 봤고, 7만 명의 병력을 제주도에 주둔시킬 정도였다. 물론 송악산의 배후지인 드넓은 벌판 ‘알뜨르’엔 공군기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알뜨르엔 일제의 지하벙커·관제탑의 흔적이 남아 있고, 1m 두께가 넘는 콘크리트 항공기 격납고 23기가 널려 있다. 한국전쟁 무렵 국군의 양성소인 ‘육군 제1훈련소’가 있던 자리도 송악산 지척이다. 지금 대한민국 해병대 1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자리가 그곳이다.
송악산 부근 섯알오름은 학살의 장소이기도 했다. 4·3사건의 광풍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불었던 살육의 피바람은 이 산 언저리를 또 선택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총살을 당하고 파묻힌 곳이 또 그곳이다.
그 험한 세월을 보낸 송악산은 아예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를 처음 겪게 된 시기는 1999년이다. 1999년 12월 말 이 산의 분화구지대를 사실상 갈아 엎는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제주도가 승인해줬고, 대한지질학회 등 학계와 환경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인 끝에 수년 만에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송악산은 2010년 의도치 못한 '올레 걷기' 열풍의 무대가 됐다. 당시 산 정상까지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산 정상부는 맨땅을 드러냈고, 풀 조차 보기 어려울 지경에 몰렸다.
화산재 흙은 산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고, 곳곳에서 뿌리를 드러낸 나무도 쉽게 만날 정도였다. 급기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나서 올레코스를 바꾸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정상부 출입금지’란 형식으로 그 자연은 다시 보호되는 듯 했다.
송악산은 2010년 우근민 도정을 거치면서 중국자본 개발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다시 들고 일어섰고,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지역개발의 문제를 지적함과 아울러 그 비경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다는 '경관 사유화' 논리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