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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공자 뜻 찾기 ... 50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는 성찰(5)

나이 50을 일컫는 지천명(知天命). 제주의 도지사도 그렇거니와 소위 386세력으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공자의 뜻대로라면 천명을 알 나이다. 하지만 그 천명(天命)은 또 무언지 도통 철학적 의문으로 다가오는 시기다. 중국문학 전문가인 이권홍 교수가 다시 지천명의 세상을 돌아봤다. 스스로가 이른 나이에 대한 자아성찰적 고심과 고민이다. 10여차례에 걸쳐 ‘지천명’을 풀이한다. /편집자 주

 

 

그렇다면 공자가 더불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자공조차도 공자가 ‘성(性)’과 ‘천도(天道)’에 대해서 한 말을 들은 적이 없다(不可得而聞也)고 한 것일 터이다. 괴력난신에 대해 ‘불어(不語)’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알지 못했다는 말도 결코 아니다.

 

‘하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천’사상은 더불어 논할 사람이 없었다. ‘높은 것’이 아니던가. 이는 형이상학(形而上學)에 관한 것이었다. 바로 자공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부분인 것이다.
다음 말에 주의해보자.

 

“공자에게는 하늘이야말로 이 우주만물의 지배자이며 올바른 도의 근원으로서 사람들의 도덕적 행위를 감시하고 계시다는 신앙이 있었다. 사람으로서는 하늘의 지배를 벗어날 수도 없고 하늘을 속일 수도 없다. 공자에게 있어 하늘은 그의 도덕의 근원인 동시에 사람들의 지각과 행동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존재로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어느 경우든 하늘은 절대적인 존재다.”(『공자의 생애와 사상』)

 

이런 해석이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공자의 마음속에 있던 ‘하늘’은 무엇이었을까?

 

“『논어』의 어느 곳을 보아도 ‘천(天)’과 동일한 신격(神格)이지만 보다 인격적인 측면으로 이해되는 ‘제(帝)’를 공자가 언급한 일이 없는 것은 흥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게 중국문화의 보유자라는 신성한 사명을 위탁하고 그 힘을 부여한 존재를 ‘천(天)’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적들이 ‘천(天)’ 앞에서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였으며, 절망에 빠졌을 때는 적어도 ‘천(天)’은 자기를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하였고, 비난을 받을 때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천(天)’을 찾았다. 총애하는 제자 안회가 죽자 그는 ‘천이 나를 망치려 하는구나!’라고 외쳤다고 한다.”

 

“공자에게 있어서 ‘천’은 거의 비인격적인 존재였다. 그는 자신이 ‘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으며, 제자인 자공도 ‘공자가 천도(天道)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자가 인격이 없는 윤리적인 힘, 인간에 내재하는 윤리의식에 상응하는 우주적 존재, 또는 우주의 속성 자체에 인간의 정의감에 공명하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존재로 ‘천(天)’을 생각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공자는 분명히 종교적인 신앙을 가졌지만, 깊은 흥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종교는 인간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의 세계에 관한 것이지만 공자는 견디기 어려운 이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며,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는 그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그는 우리가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아주 실제적인 문제에 몰두하였다.”(『공자 : 인간과 신화』)

 

이런 해석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다면,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제까지 ‘하늘’에 대한 여러 가지 언행을 정리했는데, 어떻게 봐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것인지는 명확하게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공자 마음에는 하늘이 있다. 그렇다, 그냥 ‘하늘’은 있다!

 

“공자가 말한 하늘은 바로 의지를 가진 하느님으로서 ‘주재지천(主宰之天)’이다. 하늘은 의지를 가진 하느님이라면, 천명(天命)은 바로 하느님의 의지인 셈이다.”(『중국철학사』)

 

그런가? 과연 ‘명(命)’은 하늘의 의지일까?

 

둘째, '命'[명; 뜻]

 

도대체 ‘명(命)’은 무엇인가?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했다고 하는 『논어』의 마지막 구절이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不知命,無以爲君子也)”(「堯曰」)

 

로 끝을 내고 있다. 군자란 소인과 대척되는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성인으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다. 현재 관점에서는 일반인의 수준을 벗어난 완성된 사람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命)’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논어』의 결론이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명(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군자는 쉬운 곳에 거처하여 명(命)을 기다린다.”(君子居易以俟命)

 

이는 『중용(中庸)』에 나온 공자의 말이다. 공자의 손자라고 하는 자사(子思)가 지었다는 책이니 크게 의심할 바 없이 공자의 말[적어도 공문(孔門)의 일반적 이론]이라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이와 대척되는 또 다른 구절과 대비해서 보면 쉽게 이해하게 된다.

 

“소인은 위험을 행하여 요행을 바란다."(小人行險以徼幸)

 

요행을 바란다고 ‘요행(徼幸)’을 번역했지만 그냥 행운을 구하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군자는 위험한 것을 하지 않는다. 쉬운(易) 곳에 사는(居) 게 군자다. 왜 위험한 짓을 하지 않을까? 당연히 ‘명(命)’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다. ‘명(命)’에 순응하여 사는 것이다.

 

여기의 요점은 ‘사명(俟命)’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사전에는 ‘임금의 명령(命令)을 기다림’, ‘천명(天命)에 맡김’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 보면 ‘명(命)’을 기다리는(俟) 것이다. 기다린다면 기다리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그렇다.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꼭’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렇듯 공자는 ‘명(命)’이 없어서는 안 되는 만물을 주재(主宰)하는 ‘어떤 것’이 존재하고 그 주재자가 부여하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사람이 평범함을 벗어나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命)’을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명(命)’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최소한 성인 중의 성인이라는 공자라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이 없다.

 

물론 공자도 ‘명(命)’이란 무엇인지 그 구체적 실체를 명백하게 알고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늘이) 나에게 몇 년의 수명을 빌려주어 마침내 『주역』을 배우게 한다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子曰:加[假]我數年,五十[卒]以學易,可以無大過矣)(「述而」)

 

라고 했을 수도 있다. 『주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먼저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위편’은 가죽으로 맨 책의 끈을 말하는데, 그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닳아 끊어졌다는 말이다. 이것은 『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에

 

“공자가 늦게 역을 좋아하여 역을 읽어…가죽 끈이 세 번 끊어졌다."(孔子晩而喜易讀易…韋編三絶)

 

이라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공자가 『주역』을 하도 많이 읽어서 대나무 쪽을 엮어 만든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말은 그만큼 중시했다는 의미일 터. 이런 『주역』은 유가경전 중에 하나로 길흉을 점(占)치는 점서이기도 하여 점학(占學)의 제왕이라고 하기도 한다.

 

‘『주역』은 주(周)나라의 역(易)이라는 말이다. 사전적으로 풀이를 하면 변역(變易)과 불역(不易), 간이(簡易)의 뜻을 가지고 있다 본다. ‘변역(變易)’은 변화의 원리로 모든 만물이 변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들은 항상 변화하여 낮이 가면 밤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또다시 봄이 오듯이 음과 양의 상대적 기운이 번갈아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불역(不易)’은 변화하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법칙이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하는 모든 것은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순환하는데, 항상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항상 따뜻한 봄이 오게 되는 것처럼 변함없이 반복됨을 뜻한다고 한다.

 

‘간이(簡易)’는 복잡해 보이는 대자연의 변화와 순환 법칙이 사실은 단순 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으로, 콩 심으면 콩 나고 봉숭아 꽃씨를 뿌린 것을 알면 봉숭아꽃이 피어날 것을 아는 것처럼, 대자연의 모든 현상은 복잡해 보이는 속에 단순한 순환 법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례(周禮)』에 태복(太卜)이라는 관리가 3역을 관장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3역이란 주나라의 주역과 더불어 하(夏)의 연산역(連山易), 은(殷)의 귀장역(歸藏易)을 말한다. 현재는 주역만 남아 있어 역이라 함은 주역을 말하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경전은 ‘경(經)’과 ‘전(傳)’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성인(聖人)이 지은 글을 경이라 하고 현인(賢人)이 경을 풀이하여 주석(註釋)한 글을 전이라 한다. 주역도 성인이 지은 경과 경문에 주석을 가한 전으로 구분돼있다. 통상 역경이라 하지만 이를 구분해 보면 역경은 주역의 경문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문 외의 주석 부분은 별도로 역전(易傳)이라고 한다.

 

 주역은 구성 면에서 8괘와 64괘 그리고 괘사(卦辭), 효사(爻辭), 십익(十翼)으로 각각 구분할 수 있다. 이중 괘와 괘사, 효는 경(經)에 해당하고 십익(十翼)은 전(傳)에 해당한다.

 

주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팔괘로서 음과 양의 상징체계인 음효(陰爻)[--] 와 양효(陽爻)[━]를 세 개씩 조합하여 8가지의 부호를 만들어 천지간의 대표적인 8가지 물상을 상징한다. 이러한 기본 팔괘를 소성괘(小成卦)라 하고 소성괘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대성괘(大成卦)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8개의 소성괘가 두 개씩 결합하여 64개의 대성괘를 이루게 되기 때문에 통상 8괘라 하면 3효(爻)로 이루어진 기본 8괘를 의미하고, 64괘라 하면 두 개의 소성괘 6효(爻)로 이루어진 64개의 대성괘를 의미한다.

 

『주역』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다음 말에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주역』역시……본래 산괘에 쓰이던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로 많은 이들에 의해 해석이 가해져 지금의 철리를 논한 ‘경전’이 된 것이다. ……이제는 마치 전 세계가 이것[주역]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21세기는 『역』학이 현학(顯學)이 될 것이다’고 예언하기도 했다.”(『중국경전의 이해』)

 

즉 위대한 경전이라 불리는 『주역』은 단순히 점복을 기록한 서적일 따름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상고시대 사람들은 다양한 점복술을 믿었다. 그들이 가장 숭배하고 확신했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귀갑(龜甲)을 재로로 한 ‘복卜’[갑골문이 그것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시초(蓍草)를 재료로 한 ‘서(筮)’이다. “대부분 나라의 큰일은 먼저 서를 행하고 후에 복을 행하였다(凡國之大事,先筮而後卜)”(『周禮․春官』)고 하였으나, 당시에는 크고 작은 일 할 것 없이 모든 일에 ‘서’와 ‘복’이 필요했으며 단지 나라의 큰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갑골은 바탕이 단단하게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초는 일종의 초본식물로 땅에 매장되면 곧 썩어 없어지고 만다. 『주역』은 바로 이 시초를 사용하여 길흉을 점쳤던 자료가 전해온 기록이라 보면 된다. 결국 점서(占書)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권홍은?=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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