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보기드믄 ‘영화예술교육학교’로 알려진 제주지역 시골초등학교가 그 명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서귀포시 남원초등학교는 4년 전부터 각종 전국 영화제에서 주요상을 휩쓸 정도로 꼬마 영화인들의 '시네마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영상대전’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초등부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제11회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에서도 ‘왈가닥 불량천사’와 ‘학교에서 노숙해 봤어?’로 은상과 동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이 영화는 지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도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남원초는 2008년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대상’을 받기 시작, 2009년과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에서 ‘대상’과 ‘금상’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으로 각종 상을 받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대도시도 아닌 시골마을의 초등학생들이 영화인이 된 데에는 2008년 문화관광체육부가 위탁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매년 1억원씩 지원되면서 학교에서는 ‘꿈빛영화제’, ‘영화캠프’ 등 다양한 영상예술 교육이 이뤄졌다.
특히 특성화반인 영상심화반만 운영된 것이 아니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 1회 교육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과 영광이 올해부턴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원금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하면서 ‘4년’이라는 기간을 정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결국 지역 행정청에 이러한 사정을 전달했지만 답변이 없다. 교육청에도 비공식 통로로 지원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다.
구두 약속을 했던 서귀포시장은 문서화하지 않고 퇴임했다.
게다가 사업이 국비로 직접 지원됐기 때문에 교육청에도 마땅히 지원할 방안이 없고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원초 관계자는 “좋은 성과를 내면 계속 지원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교육에 더 열을 올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 서귀포시장에게도 말을 했지만, 시장은 구두로 지원하겠다고만 했다”며 “그러나 행정이라는 것이 서면으로 확답을 해야 가능한 게 아니겠냐”며 아쉬움을 밝혔다.
그는 “방과 후 수업으로도 교육은 가능하지만 방과 후는 다른 학교도 있어 사실상 학교만이 갖는 특색이 사라지게 될 처지에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화학교라는 명성을 잃을 처지 뿐만 아니다.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되면서 투자한 영화기자재와 영화교육 전용실 등 인프라의 활용방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수천만원의 장비가 고스란히 거미줄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게 학교측의 우려다.
이 외에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파견된 5명의 강사 외에 지역 영화인 2명의 직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학생들도 크게 실망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교육예술진흥원은 남원초를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하면서 전국적으로 10개의 학교를 같이 지정했다.
육지부에 있는 이들 학교도 지원금이 끊기지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기업 등이 후원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특성학교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남원초와 사정은 다소 다르다. 제주의 어린이들만 그 꿈을 펼칠 기회가 사라질 처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