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되면 전남 해남군 영암호와 충남 서산시 천수만,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 전남 순천만 일대에 수만~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나고 간다.
특히 영암호와 천수만, 순천만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된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낙조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가창오리떼의 일사불란한 군무를 보기 위해 많은 탐조객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돌아간다.
이러한 철새들을 이용한 축제들도 잇따라 개최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군산세계철새축제’, ‘주남저수지 철새축제’, ‘서산천수만 세계철새 기행전’ 등.
이들 축제에는 수백명의 국내외 조류전문가와 연구가들이 찾는 것은 물론 수만명의 관광객들도 함께한다.
관광객들이 왔다 가면 철새도래지 인근 주유소, 슈퍼, 편의점, 식당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실제로 지난 4일 끝난 주남저수지 철새축제 때에도 저수지 인근 주유소 2곳이 기름이 없어 못 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새들을 이용한 관광은 특별히 투자를 하지 않고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5년 전부터 매년 10월 중순이면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우도에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찾아온다. 떼까마귀들은 이듬해 3월까지 머물다가 다시 몽골이나 시베리아 등으로 되돌아간다.
떼까마귀들은 인기척에 놀라고, 차량 소리에 놀라기도 하면서 한꺼번에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한다. 이를 본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커먼 떼까마귀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오르는 모습이 마치 가창오리떼가 날아오르는 장관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관 때문에 최근 겨울에 특별히 볼 것과 즐길 거리가 없는 우도에 이들 떼까마귀를 이용한 생태관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강창완(46) 이사는 “매년 겨울이면 우도를 찾는 떼까마귀 무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 1만5000~2만여마리가 찾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지부 가창오리떼의 군무와 흡사하기 때문에 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를 보면 감탄할 것”이라며 “이를 이용한 생태관광도 시도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떼까마귀를 이용한 생태관광은 녹록치 않다. 우도 농민들은 이들 떼까마귀들이 농작물을 훼손한다고 여겨 최근 행정에 구제요청을 신청했다.
구제요청을 받은 엽사들은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 들어와 총을 쏘며 200~250여마리를 포획해 가곤 한다.
그러나 떼까마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집계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봤다 해도 제주도가 농작물 피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충분히 보상을 받을 길이 있다.
무차별적인 포획인 것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주남저수지가 알려진 계기는 가창오리가 1984년부터 5000여마리가 월동하면서 부터다. 영국 조류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하자, 국내 언론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개발의 유혹에 못 이겨 김해평야가 사라졌다. 주변 논에서는 철새들이 오기 전에 콤파인이 깨끗하게 이삭 없이 수확했고, 볏짚은 사료를 만들기 위해 포장해 버렸다.
먹을 것이 사라지자 3만여 마리까지 이르던 가창오리는 1994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우도도 그 짝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제 가창오리는 영암호나 금강하구, 천수만에서나 볼 수 있다. 이는 자치단체가 철새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군은 2002년부터 고천암 주변 농경지 370ha를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시범지구로 지정해 철새보호에 따른 농작물 피해 보상을 실시했다.
농작물 일부를 수확하지 않고 남겨주거나 수확 후 논에 물을 가둬 철새들의 쉼터로 활용하고 정부가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환경도 살리고 농민도 같이 살리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이 찾고 있다.
순천만을 끼고 있는 전남 순천시도 2007년부터 전봇대를 제거하고 습지를 복원하는가 하면, 철새를 위한 출입통제, 경관농업 등으로 자연과 공생정책을 펴고 있다.
때문에 6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사)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이자 주남저수지 철새축제 개최 주역인 최종수(48)씨는 “공생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주남저수지의 유명세를 이끌었던 가창오리는 주남저수지에서 자취를 감췄다”며 “각종 개발과 철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관광개발 정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남저수지 철새축제에 대해 “전문가를 제외한 일반 관광객들은 축제 때 기본적으로 매년 5만여명이 온다”며 “처음에 축제를 무산시키겠다고 격렬히 반대했던 주민들은 이제는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축제 유치에 나선다. 경상남도 모범축제가 됐다. 한국의 모범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가하락, 농작물 피해 등으로 철새들을 애물단지로 여겼던 주민들이 이제는 오히려 축제의 주도자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도의 떼까마귀에 대해 “까마귀하면 안 좋은 인식이 뿌리 박혀 있지만, 일본에서는 길조로 여기고 있다”며 충분한 생태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전문가들이 한국을 메리트 있는 생태관광지로 소개한 적이 있다”며 “제주는 기본적으로 300~400종의 조류가 있어 생태자원이 풍부하다. 이것을 이용한 철새축제나 생태관광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강창완 이사도 “드라마에 많이 나왔던 삼족오가 바로 까마귀다. 길조지, 흉조라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라며 “농민들을 위해 충분한 피해대책을 수립하고 생태관광 정책을 수립한다면 우도는 사계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청정우도가 될 것이다, 성수기에만 의존했던 숙박과 음식점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